[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5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양국이 무역, 반도체, 대만,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과 함께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시 주석은 공급망 규제와 희토류, 기술 통제를 지렛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2017년 이후 가장 중요한 미·중 정상외교 무대로 평가된다. 다만 당시와 달리 협상 주도권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호적 메시지를 냈다. 그는 중국이 이란 전쟁 문제에서도 “매우 협조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대기업 경영진 16명을 동행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의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다.
반면 시 주석은 보다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글로벌 공급망 이탈과 핵심 기술 접근 제한을 겨냥한 새 규제를 도입했다. 해당 규정은 중국 공급망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국가나 기업을 조사하고 보복할 권한을 중국 당국에 부여한다.
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해석된다.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려는 기업들은 중국의 제재와 미국의 압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도 영향력을 과시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메타의 20억달러 규모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를 불허했다. 마누스는 중국에서 설립된 뒤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이다.
중국은 이란 문제에서도 독자 노선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정유업체들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큰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이 미국 협상력 약화의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그는 시 주석이 이란 지도부를 압박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요구할 카드가 적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체결된 미·중 관세 휴전 연장을 원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접근 제한 완화도 핵심 요구사항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의제는 대만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연기 또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공식화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수준의 표현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만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대만 이슈 일부를 중국에 양보할 가능성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국은 관세 휴전 연장과 중국의 미국산 대두·보잉 항공기 추가 구매 정도에는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통제나 대만 문제 같은 핵심 현안은 추가 협상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의 핵심이 실질적 합의보다 양국 정상이 서로의 힘과 협상력을 시험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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