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원자재 시장의 실물 경기 지표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톤당 1만4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중국의 수요 회복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폭발적인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전고점 턱밑까지 차오른 ‘붉은 금’…… AI 동조화에 신고가 행진
12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2% 오른 톤당 1만4106.5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만45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선 수치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 역시 파운드당 6.645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구리의 ‘슈퍼 사이클’ 진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구리 가격은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인 AI 관련주들과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디지털 경제의 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공급망 병목·수요 폭발… ‘퍼펙트 스톰’ 마주한 구리 시장
이번 구리 가격 상승 랠리의 이면에는 글로벌 공급망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과 신산업발(發) 수요 폭발이 맞물린 ‘퍼펙트 스톰’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투기적 수요를 넘어 실물 수급 불균형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우선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뼈아프다.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 기지의 광산 조업 차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 중동 분쟁 여파로 구리 제련의 핵심 원료인 ‘유황’ 수급까지 비상이 걸렸다. 원료 부족이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반면 수요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반등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글로벌 데이터센터 증설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전력 케이블 수요가 구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와 맨시(Ewa Manthey) ING그룹 원자재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가격이 1만4000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현재 시장의 수급 상황이 얼마나 임계점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미국 외 지역의 재고가 바닥 수준인 상황에서 공급 제약이 계속되고 있어, 미세한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폭등하는 민감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7년 35만톤 부족”… 닥터코퍼의 ‘고공행진’ 길어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일시적 상승 후 하락하는 ‘상고하저’보다는, 높은 가격대가 장기간 유지되는 ‘하이어 포 롱거(Higher-for-longer)’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레스트 워코다우(Orest Wowkodaw) 스코샤뱅크 애널리스트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수급 균형을 예상했으나, 현재는 2027년까지 약 35만 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측면의 도전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구리 가격 상승을 위한 이른바 ‘완벽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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