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도 증시와 더불어 12일(현지시각)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가운데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비트코인은 장중 8만달러선 아래로 밀렸고 알트코인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2조6900억달러로 전일 대비 1.47% 감소했다. CMC20 지수는 163.41로 1.83% 하락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60.2% 수준을 유지하며 자금이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에 집중되는 흐름을 보였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49를 기록하며 ‘중립’ 구간에 머물렀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47로 비트코인 우위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트코인 8만달러 이탈 후 반등…이더리움·솔라나 약세
비트코인(BTC)은 이날 한때 7만9820달러까지 밀리며 8만달러선을 하회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상승 동력을 되찾지는 못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8만748.67달러에서 거래되며 전일 대비 1.36%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1조617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ETH)은 2283달러로 2.28% 하락했고 솔라나(SOL)는 94.88달러로 3.43% 내렸다. 엑스알피(XRP)는 1.44달러로 2.63% 하락했으며 도지코인은 0.1099달러로 1.49% 밀렸다.
반면 바이낸스코인(BNB)은 664.09달러로 24시간 기준 0.11%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트론(TRX) 역시 0.3495달러로 낙폭을 제한하며 0.31% 하락에 그쳤다.
밈코인·AI 토큰 중심 약세…고위험 자산 회피 심리 확대
알트코인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페페(PEPE)는 5% 넘게 하락했고 월드코인(WLD)은 5.85% 급락했다. 렌더(RENDER) 역시 4.57% 내리며 AI 테마 코인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톤코인(TON)은 2.32달러로 4.91% 하락했다. 최근 상승폭이 컸던 AI·밈코인·고베타 알트코인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미국 물가 지표 충격 이후 단기 투기성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PI 충격과 중동 리스크…위험자산 투자심리 냉각
이날 발표된 미국 4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인 3.7%를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크게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확대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일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상황에 대해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중동 긴장감도 재차 부각됐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비트코인닷컴은 “유가 상승과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유동성 기반의 디지털자산 랠리가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8만2000달러 저항 핵심”…시장 전문가들 엇갈린 전망
훌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CryptoQuant) 리서치애널리스트는 최근 비트코인 강세·약세 사이클 지표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강세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모레노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더 이상 전형적인 약세장 자산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시장 구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8만2000달러 저항선을 명확히 돌파해야 강세 전환 신호가 확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티 그린스펀 퀀텀이코노믹스 창립자 역시 “현재 지표는 체제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결정적인 확인은 지속적인 유동성과 수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제이슨 페르난데스 애드루남 공동창업자는 “온체인 지표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 단기 가격을 예측하는 수정구슬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8만1250달러 매도벽”…고래 움직임 주목
테드 필로우즈(TedPillows) 트레이더는 이날 X(옛 트위터)에 “8만1250달러 구간에 거대한 비트코인 매도벽이 형성돼 있다”며 “누군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GT 트레이더(CGT_Trader)는 “8만4000~8만5000달러 구간에 대규모 숏 리밋 주문이 쌓여 있다”며 “바이낸스에서만 약 1억3600만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 대기 물량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어 “고래 투자자들은 마지막 상승 이후 더 큰 조정을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세스(seth_fin) 트레이더는 “9만6427명의 트레이더가 청산됐고 전체 청산 규모는 2억8378만달러에 달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PPI·유가 흐름이 단기 방향 결정”
시장에서는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다음 핵심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CPI에 이어 PPI까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연준의 긴축 우려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도 유지되고 있다. 아서 헤이즈 매일스트롬 CIO는 비트코인이 이미 6만달러 부근에서 바닥을 형성했다고 평가하며 “9만달러를 돌파할 경우 상승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 목표 구간으로 12만6000달러 가능성도 언급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와 국제유가 흐름 그리고 8만달러 초반 지지 여부를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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