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의회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권한을 제한하고 스테이블코인 이자수익 규제를 일부 절충한 클래리티(CLARITY) 법안 초안을 공개했으며, 이번 주 위원회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따르면 팀 스콧 위원장과 신시아 루미스 의원, 톰 틸리스 의원은 이날 클래리티 법안 수정 초안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협상과 규제기관·금융기관·혁신기업·소비자단체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팀 스콧 위원장은 “미국인들은 명확한 규칙과 안전장치,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법안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혁신, 국가안보를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미국을 디지털자산 수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이번 주 마크업(markup)이 미국 금융 혁신 리더십 강화의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번 주 상원 은행위원회 조문 심사와 표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디크립트(Decrypt)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초안 핵심은 SEC의 디지털자산 증권 분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법안 제105조는 2026년 1월1일 기준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디지털자산에 대해 SEC가 증권으로 분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해당 조건에 해당하는 대표 자산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다. 미국 법원이 최종적으로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디지털자산 역시 SEC가 재분류할 수 없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증권성 논쟁을 장기적으로 종결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 제102조에는 토큰 발행사가 “증권이 아니다”라는 자료를 제출했을 때 SEC가 60일 내 반대하지 않으면 자동 효력이 발생하는 인증 절차도 포함됐다.
이번 수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이자수익(yield) 논란 관련 절충안도 반영됐다. 클래리티 법안은 올해 초 코인베이스(Coinbase)가 스테이블코인 이자 제한 조항에 반발하며 지지를 철회하면서 한 차례 표결이 연기된 바 있다.
이후 톰 틸리스 의원과 앤절라 앨스브룩스 의원이 절충안을 마련했고, 이번 수정안에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에 예금형(passive deposit-like) 이자 지급을 금지하되, 거래·활동 기반 보상은 허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사실상 예금 이자와 유사한 수익을 제공할 경우 “은행 예금 이탈을 불필요하게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지털자산 업계는 법안이 무분별한 이자 지급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디지털 수익 시장 구조를 만드는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이 미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규제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도미닉 존 제우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디크립트에 “SEC가 60일 내 대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규제 안전지대를 제공하는 구조”라며 “속도가 검증보다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ETF 승인 여부를 기준으로 증권성을 구분하는 방식이 특정 자산에 구조적 특혜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사실상 새롭게 정의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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