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시장 관심은 단순 전쟁 리스크를 넘어 “공급망이 얼마나 오래 마비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원유 재고 고갈과 장기 공급 차질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달러를 웃돌며 4%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101달러선을 넘어섰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중동 긴장 완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란의 휴전 협상 답변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며 양국 휴전 합의가 “생명 연장 상태(on life support)”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평화협상 재개 제안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 향후 해협 통행 통제권 일부 보장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 충돌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자국 영토 내 섬 지역에서 충돌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비공개 방식으로 이란을 타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시장을 흔드는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중단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사실상 마비 상태로 전해졌다.
JP모건은 글로벌 원유시장이 이미 재고 방어 한계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JP모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오는 6월 운영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하고, 9월에는 운영 최소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운영 최소 수준은 파이프라인과 저장탱크, 정유시설이 정상 가동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재고 감소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수요 감소도 심상치 않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수요는 3월 하루 평균 280만배럴 감소했고, 4월에는 430만배럴 감소했다. 5월 감소폭은 560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연료 배급제와 단축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 항공사들은 비필수 지역 노선 감축에 들어갔다.
이란 측도 강경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날 타스님통신(Tasnim)에 따르면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정치 담당 부대표는 TV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슬람공화국 이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긴장 완화와 지역 안보 정책을 추구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며 “새로운 정책 결과를 세계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단순 봉쇄가 아니라 선택적 통행 허용이나 정치적 통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 리스크 분석업체 HUAX의 아르세니오 롱고 창업자는 야후파이낸스에 “이제 문제는 해협이 열렸느냐 닫혔느냐가 아니다”라며 “정치적·선택적 접근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전략비축유(SPR) 5330만배럴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공조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1억7200만배럴 규모다.
하지만 시장은 비축유 방출보다 공급망 복구 지연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재개방되더라도 유전 재가동과 정유시설 복구, 유조선 재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기준 추가 10억배럴 공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0달러까지 상승했다.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와 에너지 가격 문제가 미국 정치권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