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으로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에서 달러와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자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3주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093포인트(0.10%) 오른 97.636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98.156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4bp 오른 4.414%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734.96달러로 21.40달러(0.45%) 상승하며 약 3주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휴전 생명 유지 상태”
시장은 이날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평화협상 수정안을 거부하며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휴전 상태에 대해서도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중동 내 무력 충돌 재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64달러까지 치솟으며 3.37% 상승했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4.71달러로 3.38% 올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 제한…시장 “방향성 탐색 중”

달러화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제한됐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향후 미국 물가 지표를 동시에 소화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캐피털마켓 수석시장전략가는 “미국이 이란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것이 휴전 종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 가는 것인지 시장이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일관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03% 하락한 유로당 1.178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0.29% 상승한 달러당 157.11엔으로 집계됐다.
중국 위안화는 미·중 정상회담 기대감 속에 강세를 나타냈다. 역외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91위안까지 하락하며 2023년 2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을 기록했다.
테레사 알베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미·중 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강세 촉매가 될 수 있다”며 “무역 관계 안정 기대는 단기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인 위안화 강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국채금리 상승… “연준 금리인하 더 늦어질 수도”

채권시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대 우려가 국채금리를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톰 디 갈로마 미슐러파이낸셜그룹 글로벌금리거래 총괄은 “시장의 초점은 여전히 이란 문제에 있다”며 “이번 갈등으로 인해 향후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 4월 비농업 고용은 11만5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6만2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 발표 이후 미국 금리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보다 한 분기 늦춘 오는 12월과 내년 3월로 조정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집계 기준 4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연간 기준 3.7%로 예상된다.
금값 3주 최고치…안전자산 수요 확대

금 가격은 지정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며 강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 장기화 가능성과 연준 금리정책 불확실성이 금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번 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주목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란 문제와 대만, 인공지능(AI), 핵무기, 핵심 광물 공급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정학 리스크와 물가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당분간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금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되며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