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극에 달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11일(현지시각)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휴전 상태가 끝물에 와 있다”고 언급하면서 공급망 마비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휴전은 인공호흡기 신세”… 트럼프, 군사 행동 재개 시사
야후 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유가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2.9% 오른 배럴당 104달러에 거래되며 최근 일주일 사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 역시 2.78% 급등한 98.07달러를 기록, 100달러 선 턱밑까지 차올랐다.
불을 지핀 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미·이란 관계를 두고 “휴전 상태가 사실상 ‘대규모 인공호흡기(Massive life support)’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외교적 대화가 사실상 파탄 났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악시오스(Axios)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회동해 군사 작전 재개를 포함한 강경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이란의 평화안 제안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수용 불가능(TOTALLY UNACCEPTABLE)”하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은 해상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핵 시설 해체가 선행되지 않는 한 타협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동맥경화’ 걸린 호르무즈 해협… “매주 1억 배럴 손실”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10주째 이어지면서 에너지 대란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함대가 유조선을 호송하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재가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은 이를 오히려 해협 개방이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매주 1억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공급 차질이 6월까지 이어질 경우, 시장 정상화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함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을 배치하고 드론 공격을 감행하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류세 면제 카드까지 등장… 시선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으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유류세 납부를 일시 중단하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만약 시행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 단위 유류세 면제가 된다.
월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장애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가 6월 이후에도 공급망 마비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안팎에선 이번 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방중단에는 금융, 항공우주, 농업 분야의 거물급 기업인 10여 명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