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줄줄이 뒤로 늦추고 있다. 견고한 고용 지표가 ‘결정타(Last straw)’가 된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면서 “올해 안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고용 보고서에 ‘항복’한 월가… 인하 시점 내년 이후로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보다 수개월 이상 늦춘 수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BofA는 당초 올해 9월로 예상했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2027년 7월로 무려 1년 가까이 대폭 수정했다. 아디티야 바베 BofA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데이터는 올해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4월 고용 보고서가 결정타가 됐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팀을 통해 인하 시점을 올해 9월에서 12월로 연기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 등도 연준의 ‘장기 동결(Extended Pause)’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에 유가 급등… 인플레 공포 재확산
시장 분위기를 바꾼 주된 요인은 중동발(發)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하거나 심지어 2027년 초에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이란 사이의 위태로운 휴전 상태가 사실상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정학적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인플레이션 지표도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12일과 13일에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대비 3.7% 상승해 전달(3.3%)보다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동치는 채권 시장… “금리 인상 위험 과소평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3.95%를 기록했다.
BofA 전략가들은 “트레이더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단기 국채 매도를 권고했다. 3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가 예상치에 못 미치며 금리 상승 압박을 더했다.
반면 시티그룹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올해 안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티그룹 경제팀은 최근의 고용 수치가 겉보기와 달리 질적으로는 둔화하고 있다며 시장이 인하 가능성을 너무 낮게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트 혼바흐 모건스탠리 거시전략 책임자는 “이번 달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매우 ‘매운 맛’이 될 것”이라며 “요동치는 유가가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경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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