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골드만삭스가 이란 전쟁 장기화에도 글로벌 경제가 아직 붕괴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과 소비 둔화, 인공지능(AI)발 고용 충격 가능성 등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고 경고했다.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에 따르면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각) 고객 메모에서 “세계 경제는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휘어지고 있다(bending, not breaking)”고 평가했다.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 참가자들과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밸류에이션도 저렴하지 않은데 왜 시장은 여전히 강한가”라고 반문하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쟁 이전 글로벌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
항공유 부족 역시 일부 항공 노선 감축 같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방식의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로 대응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글로벌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줄이고 여름 운항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AI 열풍과 재정정책도 증시를 떠받친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하치우스는 생성형 AI 기반 생산성 기대감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연초 조정 이후에도 증시 랠리를 유지하게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경제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의 향후 12개월 경기침체 전망치는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비 둔화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세금 환급 효과가 약해지고 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증가세까지 둔화될 경우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 확률은 이전보다 소폭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민간 내수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노동시장 역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4월 미국 신규 고용은 11만5000건 증가했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감소했다.
AI 효과에 대한 경고도 함께 나왔다.
하치우스는 AI가 기업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은 크지만 생산성 향상은 동시에 신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같은 GDP 증가를 위해 필요한 신규 고용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AI 확산 과정에서 전자제품 가격 상승과 소프트웨어 기능 확대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시장은 긍정적 기본 시나리오 위에 비대칭적 하방 위험이 더 크게 존재하는 구조라는 평가다.
하치우스는 국제유가 급등과 경제 피해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주요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방향과 증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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