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항공유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세계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사들은 항공편 감축과 운임 인상에 나섰고 여름 휴가철 항공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이란 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국제유가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며 글로벌 항공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중동산 원유와 등유 공급 차질이 심화됐다.
중동은 전 세계 항공유와 등유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역내 정유사들이 외부 구매자들에게 정상적으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국제유가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유럽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사들은 연료비 부담 증가에 대응해 노후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수천편 항공편을 감축하고 있다. 추가 운항 취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 산하 오일X(OilX) 데이터를 인용해 아시아 정유사들의 항공유·등유 생산량이 2월 대비 하루 50만배럴 이상 감소한 290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유럽도 상황이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이 사용하는 항공유의 약 40%는 수입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평소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셸(Shell)은 현재 유럽 정유사들이 항공유 생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북미와 아프리카에서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공급 안정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이 중동 공급 감소분 절반 이상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6월부터 일부 공항에서 실제 연료 부족 사태와 항공편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항공유 순수출국이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충분한 항공유가 있다”며 수출 제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 정유사들도 이미 최대 생산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은 여전히 한국산 항공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항공사 비용 항목이다. 전체 운영비의 최대 30%를 차지할 수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유럽 항공사와 달리 연료 헤지 비중이 낮아 이번 가격 급등에 더 취약한 구조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추가 연료비 부담이 4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브리티시에어웨이(BA) 모회사 IAG는 올해 연료비가 약 20억유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스피릿항공은 연료비 급등 영향 속에 구조조정 계획이 꼬이며 이달 초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와 수하물 요금 인상 등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카약(Kayak)에 따르면 미국 국제선 왕복 항공권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6% 상승한 1101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선 평균 가격은 24% 오른 365달러였다.
홍콩 캐세이퍼시픽은 장거리 왕복 항공권 유류할증료를 최대 350달러 수준까지 조정했다.
항공사들은 올여름 전체 좌석 공급량도 약 4% 줄였다.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이미 930만석이 운항 계획에서 제외됐다.
루프트한자(Lufthansa)는 유럽 내 단거리 항공편 2만편을 취소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