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정치권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인공지능(AI)이 2026년 중간선거의 새로운 정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가 막대한 정치자금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다.
코인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각) 최근 여론조사와 정치권 반응을 종합해 디지털자산과 AI 산업이 오히려 후보자들에게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Politico)가 퍼블릭퍼스트(Public First)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상당수는 여전히 디지털자산 산업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7%는 전통 은행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은행만큼 신뢰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AI에 대한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3%는 AI의 위험이 이익보다 크다고 답했다. 반대로 AI의 장점이 더 크다고 본 응답은 33%였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디지털자산에 우호적이었지만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는 불신이 더 강했다.
정치자금 감시단체 이슈원(Issue One)의 마이클 베켈 정치자금개혁 디렉터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유권자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일부 후보들은 이런 불만과 분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업계의 대규모 정치자금 집행이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대규모 정치활동위원회(PAC)를 앞세워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자산 성향 PAC인 페어셰이크(Fairshake)는 미국 정치권 최대 로비 세력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다만 유권자 인지도는 아직 낮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AI 슈퍼 PAC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페어셰이크 인지도는 3% 수준이었다.
공화당 소속 짐 레나치 전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오하이오 유권자들은 디지털자산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해한다”며 “디지털자산 업계 지원을 받는 후보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감시단체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의 릭 클레이풀 연구디렉터 역시 코인텔레그래프에 “유권자들은 전반적으로 기업 자금의 정치 개입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자산 업계는 스스로를 월가에 맞서는 언더독처럼 포장해왔지만 이제는 백악관과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재무부, 상무부까지 우군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정치적 색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업계는 표면적으로는 초당파 전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와 감독 축소를 선호하는 공화당 노선과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산업을 전면 지지하면서 업계와 공화당의 연결고리는 더 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디지털자산 업계 인사들을 사면했고, 개인 사업에도 디지털자산을 적극 활용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진영에서는 “MAGA 크립토 브로(MAGA-backed crypto bros)”라는 공격 표현까지 등장했다.
실제 일리노이주 민주당 상원 예비선거에서는 줄리아나 스트래턴 부지사가 경쟁 후보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을 향해 “MAGA 성향 디지털자산 자금의 지원을 받는다”고 공격했다. 스트래턴은 이후 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AI 산업 역시 정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미국 여러 주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버지니아 등 7개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메인주는 주 전역 데이터센터 제한 법안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릭 클레이풀 연구디렉터는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은 민주당 후보들에게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빅테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밀착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디지털자산과 AI 산업 규제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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