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탈중앙화 환경에서 대형언어모델 구축에 성공한 비트텐서(Bittensor·TAO)의 서브넷 템플러를 다뤘던 4월5일자 블미뷰 ‘실체를 드러내는 탈중앙화 AI’의 후속 리서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탈중앙 인공지능(Decentralized AI)의 개념과 중요성을 짚고, 비트텐서가 템플러를 통해 이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블록미디어 황효준 에디터] 탈중앙 AI 대표 프로젝트로 주목받던 비트텐서(Bittensor·TAO)가 거버넌스 리스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핵심 서브넷 운영사 커버넌트 AI가 중앙화된 운영 구조를 문제 삼으며 생태계 이탈을 선언하면서 탈중앙 AI가 실제로 얼마나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중앙화된 구조를 비판하며 비트텐서 생태계를 이탈한 커버넌트 AI
비트텐서는 탈중앙 인공지능을 위한 지분증명(PoS) 기반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는 각기 다른 AI 작업을 수행하는 ‘서브넷’ 구조로 운영된다. 참여자들은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기여도에 따라 토큰 보상을 받는다.

핵심 서브넷 운영사 커버넌트 AI가 비트텐서의 중앙화 구조를 비판하며 생태계를 떠나자, TAO 가격과 서브넷 토큰이 급락했다.
커버넌트 AI의 생태계 이탈 선언과 대규모 TAO 토큰 매도가 동시에 발생하며 시장 충격을 받았다. 커버넌트 AI 창립자 샘 데어는 약 1020만달러 규모 TAO를 매도했고, 이후 TAO 가격은 4월10일 기준 하루 만에 약 20%, 템플러 토큰은 50% 이상 급락했다.

커버넌트 AI는 비트텐서 생태계에서 템플러, 바실리카, 그레일 등 주요 서브넷을 운영해 온 핵심 개발사다. 템플러는 최근 탈중앙화 환경에서 대형언어모델(LLM) 사전 학습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화 데이터센터 없이도 대규모 AI 모델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커버넌트 AI는 이탈 배경으로 비트텐서의 중앙화된 운영 구조를 지목했다. 에미션(토큰 보상)이 특정 주체에 의해 사실상 통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비트텐서 공동 창업자 제이콥 스티브스가 서브넷 에미션을 차단해 팀 수익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표면적으로는 3인 멀티시그 기반 거버넌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 권한은 특정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텐서, 에미션 통제 가능한가
비트텐서의 에미션은 기본적으로 온체인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계산·분배된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이를 직접 통제하는 구조는 아니다. 시장 구조상 간접적인 영향력은 존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한적이다.
2025년 11월 도입된 타오플로우(TaoFlow)는 서브넷별 순 TAO 유입 규모에 따라 에미션을 결정하는 에미션 지급 체계다. 특정 서브넷에 자금이 얼마나 들어오고(스테이킹), 얼마나 빠져나가는지(언스테이킹)가 보상 규모를 좌우한다. 서브넷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을 경우 에미션이 0에 수렴할 수 있다.
이 구조 때문에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참여자가 특정 서브넷에서 언스테이킹을 집중적으로 늘리면 해당 서브넷 에미션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토콜 차원의 직접 통제는 아니지만, 자본 이동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실제 영향력은 서브넷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형 서브넷 시가총액은 수천만~1억달러 이상 수준이다. 이들 에미션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소형 서브넷은 상대적으로 자본 영향에 취약할 수 있다. 대형 서브넷은 특정 참여자 한 명이 에미션을 좌우하기 어렵다.
특정 참여자의 영향력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타오플로우는 현재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급격한 에미션 체계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타오플로우 도입 이전에는 최상위 서브넷인 루트 네트워크(Root Network) 검증자들이 각 서브넷의 에미션 비중을 결정했다. 현재도 상당량의 TAO가 루트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돼 있다. 타오플로우 도입이 확대되면 루트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TAO가 점차 언스테이킹돼 서브넷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타오플로우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특정 주체의 에미션 통제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조 개선 논의 본격화
대표적인 사례가 거버넌스 제안 ‘BIT-0011’이다. 핵심은 일정 기간 토큰을 락업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브넷 운영권 경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비트텐서 구조에서는 일정량의 TAO를 소각하면 누구나 서브넷 등록 권한을 얻을 수 있었다. 진입 장벽은 있었지만 운영자가 실제로 장기간 생태계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장치는 부족했다.
BIT-0011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컨빅션 스코어(Conviction Score)’ 개념을 도입했다. 참여자가 일정 기간 토큰을 락업하면 락업 규모와 기간에 따라 컨빅션 스코어가 부여된다. 컨빅션 스코어는 락 생성 시점에 가장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낮아진다. 가장 높은 컨빅션 스코어를 기록한 참여자가 해당 서브넷 운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즉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토큰을 락업할수록 서브넷 운영권을 유지하거나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반대로 락업 기간이 짧거나 조기에 해제할 경우 운영권을 잃을 수 있다.
이 제안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운영자 입장에서는 락업된 토큰을 즉시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 이탈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서브넷 운영자의 컨빅션 스코어를 통해 해당 운영자가 얼마나 장기간 생태계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BIT-0011은 아직 초기 제안 단계다. 실제 도입 이후 권력 분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또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진짜 탈중앙화를 향한 시험대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탈중앙화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현실적인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탈중앙화 인공지능은 개념에 가까웠다. 비트텐서를 통해 작동 가능성은 입증됐지만 이번 사태는 ‘구조적 지속 가능성’ 문제를 드러냈다.
비트텐서에서는 거버넌스 갈등이 곧바로 시장에 반영된다. 토큰 매도와 스테이킹 변화가 곧 영향력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행위가 곧 권력 행사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는 탈중앙화 시스템에서 권력 분산이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와 결합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탈중앙화 인공지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번 사건은 위기이자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이후 변화다. 비트텐서 거버넌스가 실제로 개선될지, 핵심 개발자들이 생태계에 남을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이러한 변화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구조 변화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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