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디젤 재고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연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미국산 디젤과 항공유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그러나 수출 확대와 재고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주 하루 평균 82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산 원유와 연료 공급이 차질을 빚자 글로벌 시장의 대체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이언 맥케이 TD증권의 원자재 전략가는 “이번 주는 원유보다 정제유 수출이 더 강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보다 디젤·항공유 같은 제품 공급 압박이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 정유시설 원유 투입량은 하루 평균 1600만배럴로 전주보다 4만2000배럴 감소했다. 정유시설 가동률은 90.1%였다.
휘발유 생산은 하루 960만배럴, 디젤 등 중간유분 생산은 하루 490만배럴로 모두 감소했다.
이번 수출 증가는 디젤 중심 중간유분이 주도했다. 5월1일 종료 주간 기준 미국 디젤 수출은 하루 190만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유 수출도 하루 42만7000배럴로 4월 초 기록했던 최고치에 근접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로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서쪽 정유시설들은 생산한 연료를 외부로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미국산 디젤과 항공유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IA에 따르면 미국 디젤 재고는 지난주 130만배럴 감소했다. 현재 재고는 평균보다 약 11%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디젤 재고가 200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도 전주 대비 230만배럴 감소한 4억5720만배럴로 집계됐다. 전체 상업용 석유 재고는 한 주 동안 590만배럴 줄었다. 휘발유 재고 역시 250만배럴 감소해 최근 5년 평균보다 4% 낮았다.
연료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5.67달러까지 올랐다. 걸프 연안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3.77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57% 급등했다.
디젤은 트럭, 농기계, 산업장비 등을 움직이는 핵심 연료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권 가격과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공급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정유업계에는 수출 증가가 호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료비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IA에 따르면 최근 4주 기준 미국 전체 석유제품 공급량은 하루 평균 203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디젤 수요는 3.5% 증가했지만 항공유 수요는 6.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후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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