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동녘 에디터] 차세대 온체인 거래량 1조 달러는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이 아닌 실물자산(RWA·Real World Assets)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기존 호가창 기반 거래소(오더북·CLOB) 모델로는 이 시장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통금융(TradFi)은 주식·원자재·외환 파생상품으로 연간 30조 달러 이상을 처리하지만, 온체인 무기한 선물(퍼프·perpetuals)이 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격차를 메우는 것이 향후 2년간 크립토 산업의 핵심 내러티브로 부상하고 있다. 베리에이셔널(Variational)은 현지 시간 4월 30일 시장 리포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실물 자산 시장 속 가져야할 전략을 전했다.
오더북 방식의 한계, 데이터로 드러났다
성숙한 모든 금융시장은 두 개의 보완적 베뉴 위에서 작동한다. 하나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을 위한 곳, 다른 하나는 유통과 체결(distribution & execution)을 위한 곳이다. 크립토는 첫 번째만 구축했을 뿐, RWA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줄 두 번째 인프라는 부재한 상태다.
캐슬 랩스(Castle Labs)가 2026년 3월 발표한 벤치마크 결과는 이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장 성숙한 온체인 원유 퍼프인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HIP-3 마켓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4월 WTI 계약을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호가 깊이(±2bp 기준): CME 1,900만 달러 vs 하이퍼리퀴드 15만 2,000달러 (1% 수준)
100만 달러 거래 슬리피지: CME 0.79bp vs 하이퍼리퀴드 15.4bp (약 20배 차이)
지정학적 변동성 발생 시: 유가가 야간 11% 급등했을 당시 HIP-3 슬리피지가 160bp까지 확대, CME 대비 200배 악화
원유는 RWA 중에서도 가장 오래 발전했고 리테일 관심이 가장 큰 자산이다. 단일 종목 롱테일 시장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모든 자산 거래”의 답은 ‘증권사형 모델’
오더북 방식 거래소는 본래의 목적, 즉 유동성 높은 시장의 가격 발견에는 강점을 발휘한다. 하지만 ‘모든 자산을 온체인에서 거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TradFi는 이미 수십 년 전 다른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전 세계 거래량의 절반 이상은 거래소가 아닌 증권사(브로커리지)를 통해 처리된다. 증권사는 시장마다 유동성을 새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신 기초자산을 만드는 딜러들로부터 유동성을 모아오고, 서로 상쇄되는 주문은 내부에서 처리하며, 필요한 경우에만 외부로 연결한다. 수익은 거래 수수료가 아닌 매수·매도 호가 차이(스프레드)에서 나온다.
이미 글로벌 유동성이 살아있는 곳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맨바닥에서 시장을 키워야 하는’ 콜드 스타트(cold-start) 문제가 사라진다. 신규 시장 추가는 단순한 시스템 통합 문제가 되며, 소프트웨어 속도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베리에이셔널, 3단계 로드맵 갖춘 ‘증권사형 모델’ 제시
베리에이셔널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증거금 ▲스테이블코인 정산 ▲RFQ(딜러 호가 요청) 방식의 유동성 집계를 결합한 증권사형 모델을 제시했다. 회사가 공개한 로드맵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오는 5월로 예정된 1단계는 인프라 검증 단계다. S&P500을 비롯해 원유·금·은과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RWA 퍼프 상품을 처음으로 상장한다. 사용자는 하나의 USDC 잔고로 기존 크립토 퍼프와 함께 통합 증거금(크로스 마진)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고, 최대 레버리지는 50배, 거래 수수료는 0%이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출시 초기 유동성은 회사가 이미 450개 이상의 크립토 마켓에서 운영 중인 중앙화·탈중앙화 거래소(CEX·DEX) 인프라를 통해 공급된다.
약 한 달 뒤 시작되는 2단계는 TradFi 자산을 본격적으로 온체인에 들여오는 단계다. 글로벌 티어1 비은행 마켓메이커들과 체결된 계약을 토대로 주중 23시간 동안 거래되는 차액결제거래(CFD) 상품을 새로운 자산군으로 선보인다. 수백 종의 개별 주식과 주요 지수, 외환(FX), 원자재가 포함되며, 24시간 운영되는 통합 증거금 상품과는 별도로 격리 증거금(isolated margin) 방식으로 제공된다.
3분기 이후 추진되는 3단계는 모든 자산을 하나의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유니버설 커버리지’ 단계다. 다수의 딜러와 연결된 24시간 통합 증거금 시스템이 완성되며, 회사 측은 세계 각국의 주식 및 외환, 홍콩·호주 시장 진출을 위한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측시장과 만기형 상품 등 특수 상품군도 이 단계에서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
3단계가 완료되면 베리에이셔널은 글로벌 증권사 수준의 시장 폭, 프라임 브로커리지급 통합 증거금 시스템, 크립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즉시 온체인 정산을 결합한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2027년 RWA 무기한 선물, BTC·ETH 합산 능가할 것”
회사 측은 “2027년까지 RWA 무기한 선물 거래가 BTC와 ETH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온체인 최대 거래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 시장의 승자는 증권사처럼 TradFi와 연결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리에이셔널은 23명의 트레이더·엔지니어·크립토 네이티브로 구성된 글로벌 팀이다. 공동 창업자 루카스 슈어만(Lucas Schuermann)과 에드워드 유(Edward Yu)는 컬럼비아대학교 공학부 출신으로 2017년 자체 퀀트 헤지펀드를 창업해 2019년 매각했고, 이후 글로벌 대형 크립토 OTC 데스크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과 퀀트 트레이딩 부사장을 역임했다. 팀 구성원들은 구글, 메타, 비르투(Virtu), IMC,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등 출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