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추적한 새 다큐멘터리가 핼 피니와 렌 새서먼의 공동 창작설을 제기했다. 업계의 오랜 미스터리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다만 이번 결론 역시 정황 증거와 관계자 증언에 기반한 추론이다. 사토시의 개인키 이동 등 결정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아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각) 더블록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파인딩 사토시(FINDING SATOSHI)’는 사토시가 한 사람이 아니라 핼 피니(Hal Finney)와 렌 새서먼(Len Sassaman)의 협업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 다큐영화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윌리엄 D. 코핸과 사설조사기관 QRI의 타일러 머로니가 4년간 진행한 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2008년 10월31일 비트코인 백서 공개와 2011년 사토시의 잠적 이후 이어진 각종 추적을 재검토하며, 핼 피니와 렌 새서먼이 각각 코드와 문서 작업을 나눠 맡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핵심 근거는 활동 시간대와 기술적 배경,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다. 베일러 의대 데이터과학자 앨리사 블랙번은 초기 비트코인 채굴과 사토시의 온라인 활동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토시의 활동 패턴이 미국 서부시간 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이 시간대와 메츠다우드 암호학 메일링리스트 활동 기록을 겹쳐보면 주요 후보군 가운데 핼 피니와 렌 새서먼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다큐는 두 사람의 상호 보완적 역량에도 주목했다. 핼 피니는 재사용 가능한 작업증명인 알포우(RPOW)를 만든 개발자로, 비트코인 최초 수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반면 렌 새서먼은 익명성 기술과 문체 위장 기법에 능한 학자였고, 데이비드 차움 밑에서 연구한 이력이 있다. 브램 코언 비트토렌트 개발자는 피니가 기술 구현에, 새서먼이 백서와 게시글 같은 언어 작업에 더 적합한 인물이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두 사람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화는 핼 피니가 생전 사토시임을 부인했지만, 비트코인의 공동 창작자일 가능성은 열어둔다. 윌 프라이스 PGP 공동창업자는 피니가 공개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C++ 코딩에도 충분히 능숙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백서 공개 직전 약 두 달간 피니의 회사 코드 커밋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프라이스는 그 시기에 피니가 비트코인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반론도 적지 않다. 제임슨 롭 카사(Casa) 공동창업자는 2023년 글에서 핼 피니와 사토시가 같은 시각 각각 다른 활동을 했던 정황이 있다며 동일 인물설을 반박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롭은 초기 개발자 마이크 헌과의 이메일, 비트코인 거래 시각, 피니의 달리기 기록 등을 근거로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큐는 이 반론을 오히려 2인 협업설의 단서로 해석했다.
렌 새서먼의 배우자 메러디스 패터슨도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협업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패터슨은 새서먼이 가명 사용과 익명화 기술에 익숙했고, 2008년 당시 피니와 분명히 교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핼 피니의 아내 프랜 피니 역시 남편이 비트코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는 프랜 피니와 메러디스 패터슨이 사토시의 개인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다큐가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새 이름을 던진 데 그치지 않고, 사토시를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이퍼펑크 집단의 산물로 바라본 점이다. 더블록에 따르면 조사팀은 백서의 학술적 문체, 영국식 철자, 초기 코드 스타일, 메일링리스트 문화 등을 종합해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결론은 어디까지나 정황과 증언을 엮은 추론이다. 사토시 정체를 최종 입증할 수 있는 서명 메시지나 초기 비트코인 이동 같은 결정적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더블록은 이번 다큐가 사토시 미스터리를 끝낸 작품이라기보다, 가장 정교한 2인설을 제시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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