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 국채 금리가 지정학 리스크와 견조한 경제지표 영향 속에 상승했다. 중동 긴장과 유가 반등, 그리고 예상보다 강한 소비 지표가 맞물리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 모습이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41%포인트 상승한 4.299%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31% 부근까지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채권 가격은 98.19 수준으로 하락하며 금리 상승과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뉴욕장 진입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불확실성이다. 이전 휴전 시한을 하루 앞두고 협상 진전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유가가 반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휴전 기간을 다시 연장한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대 상승하며 배럴당 92달러선을 회복했고, 이는 채권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엘 딕슨 스테이트스트리트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채권시장 움직임은 전적으로 전쟁과 유가 흐름에 연동돼 있다”며 “유가가 반등하자 금리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7%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1.4%)를 상회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주유소 매출 증가와 세금 환급 효과가 소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톰 시먼스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소비 항목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약화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수익률곡선 평탄화 흐름이 이어졌다. 2년물 국채금리는 약 3.78%로 상승하며 장기물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였고, 10년물과의 금리 차는 약 50bp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단기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베어 플래트닝’ 구조로, 시장이 당분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기대폭이 약 10bp 수준으로 축소되며, 이란 전쟁 이전 50bp 이상 반영되던 기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의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정책 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며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까지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제시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채권시장은 당분간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흐름, 그리고 인플레이션 지표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가 압력이 재차 확대되며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리 상방 압력이 우세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은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과 지정학 리스크가 충돌하는 구간에 진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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