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달러 강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 달러화가 지정학 리스크와 견조한 경제지표를 배경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중동 긴장 고조와 연준 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달러로 쏠리는 모습이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36% 상승한 98.07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98.2선을 상회하며 약 일주일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이후에도 상승폭을 유지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전일 97.7선에서 출발한 달러는 장 초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유럽장과 뉴욕장 초반을 거치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흐름을 보면 강세가 더욱 뚜렷하다. 유로/달러 환율은 0.44% 하락한 1.1736달러를 기록하며 유로 약세가 나타났다. 달러/엔 환율은 159.39엔으로 0.37% 상승해 엔화가 약세를 보였고, 파운드/달러 역시 0.29% 하락한 1.3493달러로 밀렸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인 점은 달러 중심의 안전자산 쏠림이 확대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달러 강세의 핵심 배경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불확실성이다. 휴전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란이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사건까지 겹치며 긴장이 고조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은 에너지 공급 차질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를 동시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과 이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장기 혼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가 상승 역시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중동 리스크로 원유 가격이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졌고 이는 미 국채금리 상승 기대를 자극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달러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후안 페레즈 모넥스USA 트레이딩 디렉터는 “시장에서는 협상 타결과 해협 개방을 기대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도 달러 상승에 힘을 보탰다. 3월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웃돌며 증가했는데, 유가 상승에 따른 주유소 매출 증가와 세금 환급 효과가 소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덤 버튼 인베스팅라이브 수석 통화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 데이터는 지속적인 성장 가속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달러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3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는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 체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개선과 정책 접근 변화까지 언급하며 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을 높였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를 자극했다.
외환시장은 당분간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연준 정책 기대 변화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휴전 협상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단기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빠른 방향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시장은 현재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 펀더멘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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