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축인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업계가 연이은 보안 사고로 휘청이고 있다. 최근 3주간 발생한 해킹 피해액만 6억달러(약 8300억원)를 넘어서면서, 고속 성장하던 디파이 생태계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켈프DAO 브릿지 해킹에 시장 ‘패닉’
20일(현지시각) 더블록과 디파이라마 등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발생한 켈프(Kelp) DAO의 브릿지 해킹 사고 이후 디파이 시장 전반의 총 예치 자산(TVL)은 약 824억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올해 초 1100억 달러 대비 25%가량 증발한 수치로, 최근 1년 사이 최저치다.
특히 켈프 DAO에서 발생한 2억 9200만 달러 규모의 자산 유출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사고 직후 디파이 부문은 하루 만에 5.6%의 하락 폭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4년 이후 상위 2%에 해당할 정도의 이례적인 폭락세다. 대출 시장의 TVL은 13% 가까이 빠지며 직격탄을 맞았고, 유동성 스테이킹(LST) 부문 역시 3.4% 하락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북한 해킹 그룹 ‘라자루스(Lazaru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에이브 연쇄 타격… 8조 원대 자금 이탈에 ‘뱅크런’ 우려
문제는 탈취된 자산이 대형 대출 플랫폼인 에이브(Aave)에 담보로 투입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에이브 측은 추가 노출을 막기 위해 rsETH 거래를 즉각 동결했으나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유동성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불안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에이브에서는 단기간에 약 62억달러(약 8조 5600억원)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이용률이 100%에 도달하며 플랫폼 내 가용 자산이 바닥을 드러냈고, 일부 이용자들은 담보 자산을 회수하거나 포지션을 종료하지 못해 자산이 묶이는 사태를 겪고 있다.
투자자 손실 분담 불가피… 최대 2억 6700만 달러 손실 가능성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는 외부 자본 유입이 없을 경우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손실 분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주요 방안으로는 모든 rsETH 보유자가 약 16%씩 손실을 나누는 방식과 이더리움 메인넷 보유자를 우선 보호하고 레이어2(L2) 이용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방식 등이 있다.
만약 후자의 시나리오가 채택될 경우, 에이브 이용자들이 최대 2억 6700만 달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켈프 DAO와 기술 파트너사인 레이어제로 등은 책임 소재를 두고 이른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유 풀 모델이 근본 원인”… 설계 패러다임 전환 목소리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프로토콜의 문제를 넘어 디파이 대출 모델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세르게이 쿤즈 1인치 네트워크 공동 창업자는 “단 하나의 부실 자산이 유동성 이용률 100%를 유발해 프로토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면, 현재의 공유 풀 모델은 근본적으로 고장 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라는 말은 이용자의 자산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것을 보기 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리스크를 격리하고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인텐트(의도 중심) 기반 설계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파이 업계 관계자는 “주요 프로토콜 운영사들이 각자 변호사를 선임하고 책임 회피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라며 “기술적 결함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비한 디파이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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