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국제결제은행(BIS)이 스테이블코인을 화폐보다 상장지수펀드(ETF)에 가까운 자산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공조 규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가별 규제가 엇갈리면 3000억달러 규모 시장이 분절되고 규제 차익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각) 더블록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국가별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심각한 시장 분절이나 규제 차익 거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같은 자산이 현재 화폐보다 증권에 더 가까운 성격을 띤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거나 불법자금 차단 노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더 넓은 시장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집중도 높은 시장 구조도 문제로 거론됐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모는 30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이 가운데 테더의 USDT가 약 1860억달러, 써클의 USDC가 약 788억달러로 집계됐다. 두 종목이 전체 유통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구조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스테이블코인에 예금보험 성격의 장치나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창구가 제공된다면 관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런 안전장치가 실제 제도권 안으로 얼마나 편입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는 고금리 환경에서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스테이블코인이 무이자 상태로 유지될 경우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자 지급 금지가 실제로 강제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장 확산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결제기업 BVNK가 코인베이스, 아르테미스와 함께 진행한 2월 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응답자는 54%였고, 56%는 추가 매입 의향을 밝혔다. 프리랜서와 마켓플레이스 판매자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연간 수입의 약 35%를 차지했다.
정책당국과 업계의 시각도 엇갈린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달러 연동 상품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며 유럽 은행들의 유로화 기반 토큰과 토큰화 예금 확대를 촉구했다. 제러미 알레어 써클 최고경영자도 최근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3~5년 내 중국발 상품 출현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BIS의 시각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도 현재 구조만으로는 화폐의 안정성과 보편성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성장과 별개로 제도 정비와 국제 공조 논의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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