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등장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디지털 통화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했다.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이창용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신 후보자는 학계와 정책 현장을 모두 경험한 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분석해온 인물로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해 주목받았다. 최근까지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과 프린스턴대 교수로 활동해왔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60여 개국 중앙은행과 협력해온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정책 수행 역량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정책 경험도 갖추고 있다. 그는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시절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선물환 포지션 한도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도입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대외 충격 완화 장치를 설계한 바 있다.
신현송, 디지털 통화 시대⋯ 지급결제 주요 정책으로 제시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향후 핵심 정책 과제로 지급결제 시스템을 제시했다. 디지털자산과 빅테크의 성장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 내 지급결제의 중요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과 권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지급결제 시스템은 이미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지만 토큰화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해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앙은행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토대로 발행되는 예금 토큰이 향후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한강 프로젝트’를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의 실사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했다.
디지털자산 신중 기조…‘기본법 이후 논의’ 속 입법은 지연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기타 디지털자산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며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디페깅과 코인런 가능성 등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의 리스크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 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마련되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지급수단 체계 내에서 규율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구조 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기본법 도입에 따른 공공 인프라 성격 강화를 반영한 조치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과세 문제 역시 기본법 마련 이후 과세 당국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법은 지난해 발의된 이후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추가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과세는 수차례 유예돼 2027년까지 미뤄진 상태다. 같은 해 ‘암호화자산 정보 자동교환(CARF)’ 도입이 예정된 만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은 테더(USDT)와 써클(USDC) 등 민간 발행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와 핀테크 업계 역시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은행권 중심 접근을 선호하고 있어 의견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통화의 본질은 신뢰”…우리만의 해법 강조
신 후보자는 기술 발전과 별개로 통화 시스템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국 정책을 단순히 추종하기보다 국내 금융·경제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흐름에 휘둘리기보다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토큰화된 자산 결제 역시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결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신뢰할 수 있는 지급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핀테크·빅테크 등 비은행 기관의 지급결제 참여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참여 주체 증가로 시스템 복잡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운영·신용·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급결제 전반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은행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적극적인 메시지와 정책 제안을 통해 ‘소통하는 중앙은행’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반면 신 후보자는 그간의 행보를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고 안정적인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일방적인 정책 전달에서 벗어나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업계와의 관계 설정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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