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중앙 집중화와 폐쇄적 운영의 상징이었던 233년 역사의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강력한 포식자로 거듭나고 있다. 수조 원대 자금을 쏟아붓는 인수합병(M&A)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토큰화 증권’ 시장 선점까지 선언하며 월가의 판도를 흔드는 모습이다.
OKX에 2억달러 투자… “ICE의 가장 위험한 도박”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NYSE의 모기업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OKX에 약 2억달러(약 294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거래에서 OKX의 기업가치는 250억달러(약 36조7500억원)로 평가됐다.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호적인 가상자산 규제 환경 속에서 단행됐다. 마이클 블라우그룬드 ICE 전략 이사는 “우리는 지난 25년간 시장이 아날로그에서 전자화로 진화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며 “이제는 전자화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잠들지 않는 증시”… 24시간 토큰화 증권 플랫폼 구축
NYSE의 야심은 단순 투자를 넘어 시스템의 재설계로 향하고 있다. NYSE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증권 플랫폼인 ‘시큐리타이즈’와 손잡고 토큰화 증권 플랫폼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주말과 공휴일 없이 24시간 내내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며, 거래 즉시 정산이 이뤄진다. 특히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어서,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생태계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Nasdaq) 역시 크라켄(Kraken)과 손잡고 토큰화 주식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들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만큼 월가 전체가 ‘온체인(On-chain)’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폴리마켓에 20억달러 베팅… 예측 시장까지 영토 확장
NYSE의 행보는 최근 급성장 중인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ICE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에 최대 20억달러(약 2조9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폴리마켓의 기업가치는 이번 투자로 90억달러(약 13조23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제프리 스프레처 ICE 회장은 “폴리마켓은 2025년 가장 뜨거운 금융 서비스 회사”라며 “날씨나 기업 이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측 계약이 전통 금융 시장과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9억달러 잭팟’ 코인베이스 vs ‘1조원 상각’ 백트… 명암 엇갈려
NYSE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항상 승기만 잡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코인베이스에 소수 지분을 투자해 2021년 매각 당시 9억달러(약 1조3230억원)의 수익을 거둔 성공 사례도 있지만, 자체 설립한 가상자산 플랫폼 ‘백트(Bakkt)’는 뼈아픈 실책으로 꼽힌다.
ICE는 2023년 백트 지분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 상각 처리했으며, 백트는 현재 상장 폐지 위기를 겪으며 AI 인프라 플랫폼으로의 재기를 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트코인 가격이 전고점 대비 하락한 시점에도 NYSE가 베팅을 멈추지 않는 것은 가상자산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인프라의 진화’라는 확신 때문”이라며 “전통 금융의 심장부가 블록체인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NYSE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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