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트코인(BTC)이 증시와 금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금융 시장의 통념을 깨고 있다.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호건은 이를 두고 비트코인이 단순한 ‘위험 자산’을 넘어 ‘정치적 중립 화폐’라는 새로운 사다리를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맷 호건은 15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혼돈은 기회의 사다리: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비트코인이 랠리하는 이유”라는 분석을 올렸다.”혼돈은 기회의 사다리”는 유명한 미드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로, 누군가에게는 파멸인 혼돈이 준비된 자에게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기회)’가 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금도 떨어진 전쟁터, 비트코인만 12% 급등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움직임은 이례적이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이 10% 하락하고 S&P 500이 1% 밀려나는 동안, 비트코인은 오히려 12% 상승하며 독보적인 강세를 보였다.

맷 호건은 “비트코인의 강세는 단순히 전쟁 중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갈등 그 자체에서 기인한 비트코인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상승 ‘두 가지 이유’
호건은 비트코인 투자자가 현재 두 가지 시나리오에 동시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가치 저장 수단인 ‘디지털 금’으로서의 38조 달러 규모의 가치 저장 시장에서 금과 경쟁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비트코인이 실제 통화처럼 기능하는 시나리오다.
여기서 호건은 두 번째 시나리오를 ‘외가격(OTM) 콜옵션’에 비유했다. 콜옵션이란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중 외가격 콜옵션은 행사가격이 현재 시장가격보다 월등히 높아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그만큼 옵션 가격도 0에 가깝게 형성된다. 대개는 지불한 비용을 모두 잃을 위험이 크지만, 만기 전 시장 가격이 급등해 행사가격을 돌파할 경우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맷 호건은 비트코인이 실제 통화로 쓰일 확률이 과거에는 이처럼 희박한 ‘외가격 콜옵션’에 불과했으나, 최근 금융 시스템의 무기화와 지정학적 위기가 이 옵션이 실제로 수익을 낼 가능성을 높이며 그 가치를 폭등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핵폭탄’ SWIFT 퇴출이 불러온 나비효과
비트코인의 화폐적 가치가 재조명된 결정적 계기는 2022년 러시아의 SWIFT 망 퇴출이었다. 달러 시스템이 ‘금융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한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출 중립적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중국, 러시아등을 필두로 한 브릭스(BRICS)는 자국화 결제, 달러를 대체할 공동 통화 창설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갈등 중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비트코인으로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정치적 중립 성격의 실제 금융 레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비트코인 목표가, 다시 써야 한다”
옵션의 가치는 불확실성(변동성)이 커지고 실현 확률이 높아질 때 급등한다. 현재 전 세계는 달러 체제와 대안 체제 사이의 균열이 커지며 금융 질서의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맷 호건은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실제 통화의 역할까지 분담하기 시작한다면, 비트코인의 시장 규모는 금 시장의 38조 달러를 훨씬 상회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트코인의 목표 가격을 지금보다 훨씬 높게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의 지정학적 혼돈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에서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대안으로 끌어올리는 강력한 ‘사다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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