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그리는 ‘디지털 통화 계급도’
스테이블코인 431번 언급에도…‘은행 중심’만 39회 반복
CBDC·예금토큰이 중심…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보완재로 제한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은행 중심의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14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및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질의와 답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총 431번 언급됐다.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신현송 후보자가 ‘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발언은 총 39회였다. 이 외에도 해당 자료에서 CBDC는 총 75회, 예금토큰은 35회 언급됐다.
신 후보자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도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등 기존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가격 변동성이 높아 화폐의 3대 기능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일상적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금토큰이나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 거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 내에서도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BDC·예금토큰 중심…스테이블코인은 보완재”
신 후보자는 디지털 통화 체계에 대해 중앙은행 중심 구조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토대로 한 예금토큰이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자산 거래의 결제수단으로서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토큰화 기술 기반 디지털자산 시장 확산에 대응해 안전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며,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서도 “디지털자산의 안전한 결제를 지원하는 금융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관련해서는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 모델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신 후보자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는 것은 현행 은행법과 정합성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은 민간 화폐 발행과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 금융관련 업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로는 일본, 홍콩, 유럽연합(EU) 등에서 대형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추진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역시 은행 중심 모델이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디페깅·뱅크런 등 리스크…정책 협의체 필요”
신 후보자는 CBDC에 대한 입장과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리스크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디페깅 위험, 디지털 뱅크런, 자본유출, 통화정책 효과 약화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은행권 중심 발행 구조와 함께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발행량 관리, 준비자산 기준, 중요 스테이블코인 지정 등 주요 사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업계 반발에 대해서는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청취해왔다”면서도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제도는 신뢰와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빗썸의 오지급 사태, 스테이블코인도 동일한 사고 가능성”
아울러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의 기술적 리스크도 언급했다. 빗썸의 오지급 사태의 경우, 내부통제 장치가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고, 이를 통제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유사한 오지급 또는 오발행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오지급 또는 오발행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 내부통제 장치 요건을 강화해 발행 및 유통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자는 토큰화 시장과 스테이블코인의 기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그는 “토큰화 자산 시장이 확대될 수록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자산의 거래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프로그래밍 기능과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특성에 따라 국경 간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답했다.
결론은 “결국 중심은 CBDC·예금토큰”
다만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경로인 블록체인은 참가자 수가 늘어날수록, 블록체인 유지비용이 증가해 사용자들이 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 파편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그림자 자본이동 증가로 자본유출입 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주요 선진국과 달리 자본유출입 규제가 있어 규제 회피 유인도 선진국보다 크다”고 말했다.
늦어지는 스테이블코인 대응과 관련해 원화 대신 해외 스테이블코인이나 타국 CBDC를 주 결제 수단으로 쓰게 될 수 있는 ‘원화 가치 하락’ 우려와 관련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빨리 발행하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타국 CBDC가 국내 통화를 대체할 것으로 보진 않늗다”며 “통화 대체 현상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튀르키예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토큰화 등 새로운 기술 발전을 반영해 지급결제 인프라 혁신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는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금융 전략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디지털화폐 및 예금 토큰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기조는 지난해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이후에도 제자리인 상태다. 지난 13일 발표한 ‘2025년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부터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은행은 이미 자본·외환 규제를 받고 있고 중앙은행 체계 내에 있어 금융안정 관리와 통화정책과의 정합성이 높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주장하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과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며 “중앙화된 구조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건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혁신과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파편화 문제도 유동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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