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일촉즉발의 중동 위기 속에서도 뉴욕 증시는 ‘지정학적 내성’을 증명하며 파죽지세의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이 전쟁 헤드라인보다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에 더 비중을 두기 시작하면서, S&P 500 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소프트웨어주의 화려한 귀환… 오라클 12% ‘사자’
1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 상승하며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301포인트(0.6%) 오르며 올해 수익률을 플러스로 돌려세웠고, 나스닥 지수는 1.2% 급등하며 2023년 이후 최장기 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장을 이끈 주인공은 소프트웨어 업종이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에 짓눌려왔던 이 섹터는, 최근 ‘AI 시대의 진짜 수혜주’를 가려내려는 선별적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력하게 반등했다.
종목별로는 오라클(Oracle)이 12% 이상 폭등하며 S&P 500 종목 중 최고 성적을 거뒀고, 서비스나우(7%)와 어도비(Adobe) 등도 급등세를 보였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라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애널리스트들이 개별 소프트웨어 기업의 AI 경쟁력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유가 100달러 육박에도 “실적이 먼저”
중동 상황은 여전히 긴박하다. 파키스탄 평화 협상 결렬과 미군의 이란 항구 봉쇄 소식에 브렌트유는 4.37% 급등하며 배럴당 99.36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럽행 현물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오리온의 팀 홀랜드 CIO는 “투자자들이 단기적 위험 회피를 마친 후 이제는 갈등의 장기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군이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것이 이란이 독점하는 것보다 낫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온다”고 전했다.
어닝 시즌의 서막… 금융권은 ‘신중론’
본격적인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지만, 첫 테이프를 끊은 금융권의 표정은 다소 엇갈렸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순이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부의 부진이 부계되며 주가가 1.9% 하락해 다우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은 이번 어닝 시즌이 중동 분쟁이라는 거대 악재를 상쇄할 만큼 강력한 경기 동력을 증명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스콧 라드너 CIO는 “전쟁은 분명 달갑지 않은 변수지만, 핵 전쟁 같은 파멸적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의 본질적인 궤도를 탈선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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