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비트코인 거물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이끄는 스트래티지(Strategy Inc.)가 자금 조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며 시장에 또다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주식을 새로 찍어 비트코인을 사 모으던 ‘단순 무식한’ 전략에서 벗어나, 고도의 금융공학이 가미된 ‘하이브리드 증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희석’에 지친 주주 달래기… ‘하이브리드’ 카드로 정면돌파
13일(현지시각) 스트래티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지난 일주일간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매수 사실보다 ‘자금 조달의 방식’이었다. 이번 매입 자금 전액은 최근 발행한 ‘스트레치(Stretch) 영구 우선주(STRC)’를 통해 조달됐다.
그간 세일러는 자사 주가가 비트코인 가치보다 높게 형성되는 ‘프리미엄’ 구간에서 보통주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받으며 이 프리미엄이 증발하자, 보통주 추가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갉아먹는 ‘독’이 됐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세일러는 지분 희석 우려가 없는 ‘우선주’라는 하이브리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11.5% 고배당의 양날의 검… “세일러의 무한 신뢰 반영”
이번에 활용된 STRC는 일반적인 우선주와 결이 다르다. 연간 배당률이 무려 11.5%에 달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이는 웬만한 투기 등급 채권(Junk Bond)보다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숫자에 세일러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앤드류 하트(Andrew Harte) BTIG 분석가는 “세일러는 비트코인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이 11.5%를 가뿐히 넘길 것이라는 확신에 베팅한 것”이라며 “이자 비용보다 코인 상승분이 크다면 기업 가치는 극대화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TRC는 주당 100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변동성을 꺼리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비트코인 연동 고수익 채권’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매 분기 쏟아지는 막대한 배당금은 스트래티지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홀더 넘어 ‘비트코인 은행’으로”… 엇갈리는 전망
외신들은 이번 전략 변화를 스트래티지가 단순한 ‘비트코인 보유 기업’에서 ‘비트코인 기반 구조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평가한다. 코인데스크는 “세일러는 기관들이 원하는 ‘예측 가능한 수익’과 자신의 ‘무한 매집’ 욕구를 금융 상품으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미즈호(Mizuho) 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스트래티지가 변동성이 큰 보통주 외에 저변동성 우선주 라인업을 갖추며 투자자 스펙트럼을 넓혔다”면서도 “다만 550억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 보유량은 시장 하락 시 청산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스트래티지는 전 세계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3.7%를 움켜쥐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의 이 ‘고금리 레버리지’ 승부수가 비트코인 패권 시대를 열 열쇠가 될지, 아니면 금융공학의 파국으로 끝날지 전 세계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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