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장기간 횡보 흐름을 이어가며 바닥 형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저점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거시 변수에 갇힌 ‘함정 구간’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각)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멘트(Santiment)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상대적으로 가격을 방어하는 가운데 대부분 알트코인은 여전히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 국면이 아닌 ‘선별적 방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비트코인이 버티는 동안 알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는 구조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30일 기준 상위 50개 자산 중 약 75~80%가 하락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반적으로 상승을 지속할 수 있는 수요와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체의 배경으로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휴전 기대가 확산되면 단기 반등이 나타나지만 공습 등 긴장 재확산 소식이 나오면 다시 하락 압력이 커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관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자금 집행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 단기 상승 신호의 신뢰도가 낮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요국에서 주거비와 식료품,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가용 자금이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신규 자금도 제한되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지표에서도 투자 심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은 공포와 무관심이 혼재된 상태로 평가된다. 다만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과도하게 확대될 때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극단적인 공포 구간은 매수 기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시장은 네트워크 성장과 같은 펀더멘털보다 ‘헤드라인 뉴스’에 더 크게 반응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휴전 기대감만으로 7만20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긴장 재확산 소식 이후 다시 하락하는 등 뉴스 의존도가 높은 흐름을 나타냈다.

가격 흐름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반영되고 있다. 연초 대비 비트코인은 약 20% 하락한 반면 S&P500은 약 2% 하락, 금은 약 9% 상승했다.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비트코인은 평균 회귀 형태의 반등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결국 대형 자금의 재유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1만 BTC를 보유한 고래는 뚜렷한 움직임 없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규모 거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래들이 매수와 매도를 모두 자제하며 ‘대기 모드’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간은 급락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상승 모멘텀 역시 제한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0.01BTC 미만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을 움직일 만큼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온체인 지표에서는 엇갈린 신호가 나타난다. 30일 시가총액 대비 실현가치 비율(MVRV)은 약 +3%로 소폭 수익 구간에 위치한 반면 1년 MVRV는 약 -24%로 깊은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비교적 낮은 리스크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일부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중은 작지만 비트코인이 실물 경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의 ‘클래러티(CLARITY) 법안’이 일부 긍정적인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도적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관심이 높지만 실제 통과 여부와 시점에 따라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방향성이 부재한 상태가 아니라 ‘대기 국면’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 해소와 규제 환경 명확화, 기관 자금 재유입 등 주요 변수들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온체인 기반의 자연스러운 상승 흐름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샌티멘트는 “현재 시장은 상승과 하락의 갈림길이 아니라 다음 흐름을 준비하는 전환 구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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