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캡〉은 한 주간 있었던 디지털자산 시장 뉴스를 정리하고 흐름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알찬 정보로 블록미디어 독자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블록미디어 박현재 에디터] 지난주 〈위클리 리캡〉은 ‘가격은 중동을 따라 움직이고, 자금은 제도를 따라 움직인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중동 긴장이 일부 완화되면서 시류가 변하는 모양새입니다. 더욱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으로 요구한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오히려 비트코인의 역할이 부각됐습니다.
우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비트코인으로 요구했습니다. 지정학적 불안이 비트코인의 유틸리티를 증명한 사례이죠. 매크로, 실사용성, 제도 —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위한 무대가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2주 휴전안 수용과 함께 글로벌 자금 흐름이 급변했습니다. 유가는 하락했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상승했습니다. 달러인덱스(DXY)는 1% 넘게 하락하며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기관 투자자들이 언급한 하반기 달러 약세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흐름입니다.
안전자산에 머물던 자금은 비트코인으로 이동했습니다. 휴전 소식과 함께 비트코인은 단기간에 7만2000달러를 돌파했고, 하락에 베팅했던 숏 포지션 4억7200만달러가 연쇄 청산됐습니다.

전체 청산의 84% 이상이 숏 포지션이었습니다. 비트코인 시장에는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이 대거 쌓여 있었는데요. 가격이 내려갈수록 자동으로 매도가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휴전 소식에 가격이 갑자기 오르자 이 구조가 그대로 뒤집혔습니다.
오를수록 자동 매수가 나오고, 매수가 가격을 더 올리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숏 포지션 청산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6만8000달러 아래에서 자동 매도를 촉발하던 그 구조가, 방향이 바뀌자 오히려 상승을 가속하는 연료가 됐습니다.
다만 주 후반 들어 변동성은 다시 확대됐습니다. 이란이 휴전 이후에도 해협 통과 선박을 하루 15척으로 제한하고 서방 선박을 배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은 7만1000달러대로 되돌아왔습니다. 10일 현재 시장은 휴전 기대와 해협 리스크가 동시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비트코인, “처음으로 에너지를 결제”
이번 주 가장 구조적인 사건은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이란의 행보였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최대 200만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면서,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과 USDT, USDC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를 법제화하는 법안도 승인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달러 중심으로 굳어온 에너지 결제 질서에 또 한 번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번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그 자리를 파고들었습니다.

이란이 비트코인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 제재망에 걸리지 않는 무신뢰 결제망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크의 잭 말러스 CEO는 이를 두고 “비트코인이 세계 준비 통화가 되기 위한 진검승부에 나섰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해협 통과량이 전쟁 이전 대비 수 퍼센트 수준에 불과해 실제 결제 규모는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의미는 규모가 아니라 선례에 있습니다. 미국 금융망에서 배제된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실물 결제 인프라로 채택하는 경로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한 번 열린 길은 다른 국가들도 탐색하기 마련입니다.
제도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남은 건?
지정학이 비트코인의 유틸리티를 증명하는 동안 제도는 기관 자금의 진입로를 닦아왔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부분의 디지털자산을 증권 분류에서 제외하는 ‘레그 크립토’ 규정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클래리티 법안 마크업 일정은 이달 중순으로 다가왔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부담으로 꼽던 규제 불확실성이 걷히고, 상장지수펀드(ETF)와 토큰화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제도권 안에서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지난주 리캡에서 짚었던 401(k) 세이프하버 규칙안도 의견 수렴 중입니다. 약 10조1000억달러 규모 시장의 1%만 유입돼도 1000억달러가 디지털자산으로 흘러듭니다.
기관 자금의 진입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로 시작된 흐름이 이제 XRP, 이더리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수수료 0.14%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이달 출시할 예정이고, 리플 지원의 에버노스는 1억2000만 개 이상의 XRP를 출자받아 스팩(SPAC) 합병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 최대 이더리움 트레저리 비트마인은 전체 유통량의 3.98%를 보유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산을 수동적으로 담아두는 ETF를 넘어, 온체인에서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트레저리 모델로 기관 자금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블록체인 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DXY가 급락하고, 달러에서 이탈한 자본이 비트코인으로 향하는 이 흐름은 단순한 가격 반등이 아닙니다. 매크로 환경이 달러 약세로 돌아서고, 비트코인이 실물 결제 인프라로 선례를 남기고, 제도권 진입로가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오늘 밤입니다. 10일 오후 9시30분에 미국 3월 CPI가 발표됩니다. 이란발 유가 급등이 물가로 전이됐는지 여부가 데이터로 드러납니다. 예상치를 웃돌면 달러가 다시 강해지며 단기 압박이 올 수 있고, 반대로 예상 이하면 달러 약세 흐름에 추가 동력이 붙습니다.
이달 중순에는 상원 클래리티 법안 수정 심사(마크업) 회의 결과가 나옵니다. 기관 자금 유입의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빨리 확충될지 이 결과가 가릅니다. 4월22일 전후에는 이란의 2주 휴전이 만료됩니다. 연장되면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결렬되면 변동성이 재확대될 수 있습니다. 속도는 이 세 가지 일정이 결정하겠지만, 방향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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