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달러 연동 디지털자산)의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백악관과 은행권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수익(이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지지하면서, 전통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이번 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도록 허용해도 은행 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금지하더라도 은행 대출은 약 21억달러(전체 대출의 0.0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이자 금지가 은행권 보호에 실질적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오히려 경쟁적 수익 제공을 통해 소비자 편익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예금 1.3조달러 빠질 수도”… 지역은행 직격탄 우려
반면, 미국 지역은행들을 대변하는 독립지역은행협회(ICBA)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 허용될 경우 최대 1조3000억달러의 예금과 8500억달러의 대출이 은행 시스템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핵심 수익모델은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로 운용하고,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연방법상 토큰 1개당 동일 가치의 현금성 자산(미 국채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며, 해당 자금을 대출에 활용할 수 없다.
은행권은 “이자를 제공하는 디지털 토큰이 확산될 경우, 특히 고객 충성도가 낮은 소형·지역은행의 예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웰스파고·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대형 은행보다 지역은행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GENIUS법’ 이후 남은 쟁점… 우회적 보상은 허용?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GENIUS법’이 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100%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하는 대신, 전통 금융과의 연계를 사실상 허용했다. 다만 보유자에게 직접적인 이자 지급은 금지했다.
현재 쟁점은 발행사의 ‘계열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리워드(보상)’ 프로그램이다. 규제 당국의 해석에 따라 사실상 이자 상품과 유사한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아메리칸스 포 파이낸셜 리폼(AFR)’의 마크 헤이스 부국장은 “GENIUS법 제정 직후부터 업계는 사실상 이자와 다름없는 수익 구조를 홍보해 왔다”고 지적했다.
월가도 이해 엇갈려… “위험” vs “신사업 기회”
흥미로운 점은 은행권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BNY, 블랙록 등 주요 금융사들은 이미 디지털 자산·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국채 수요를 확대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본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대통령의 개인적 암호화폐 이해관계와 시장 변동성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인 ‘디지털자산시장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은 의회에서 수개월째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로비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올봄 주요 표결이 예정돼 있어 향후 정책 방향이 가늠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