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똔다는 빗썸 사내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빗썸 경영진은 오케이엑스(OKX), 바이비트 등 글로벌 거래소가 웹3 지갑과 거래소 앱을 통합하는 흐름에 주목해 회사를 설립했다. 한때 국내 대표 비수탁형 지갑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빗썸이 2024년 로똔다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사업 동력이 약화됐다.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사업 확장에 제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로똔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법 제정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자산 지갑 운영사 전반이 경영 부담을 겪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공개한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총 수탁액은 3071억원으로, 같은 해 6월 말 대비 58% 감소했다.
지난해 초 법인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금융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를 미루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규 자금 유입이 줄고 기존 이용자의 이탈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산업 성장을 위한 법안과 가이드라인 마련은 지연되는 반면, 규제 강화 조치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8월20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에 금융권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최근 분기 말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이용자 예치금은 부채 총액에서 제외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 블록체인 기업에는 사실상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이력이 없어야 하며, 금융 관련 법률 위반으로 허가나 등록이 취소된 전력이 있는 대주주는 시장 진입이 제한된다.
국내 한 수탁업체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 기준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산업 초기 단계에서 금융권 수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성장 지원 없이 규제만 강화되면 중소 사업자의 시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는 15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세미나에서 “오는 15일 금융 관련 법안을 다루는 제1소위원회가 예정돼 있다”며 “야당에서도 논의를 서두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를 계기로 법안을 본격적인 논의 궤도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 처리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가 큰 데다,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선거 국면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안 쟁점과 관련해 당국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선거가 다가오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논의는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