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제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양측이 파키스탄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2주간의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제 유가는 즉각 10% 이상 폭락하며 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트럼프의 ’11시간’ 도박…파키스탄 중재로 ‘엑시트’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의 휴전 합의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시한인 오후 8시(미 동부 표준시)를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이뤄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열지 않을 경우 “오늘 밤 이란이라는 문명 전체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고강도 군사 타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외교적 노력이 실질적 결과를 내고 있다”며 2주간의 냉각기를 가질 것을 강력히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격 수용하며 파국을 면했다.
이란 “승리적 휴전” 주장…이스라엘도 공습 중단
이란 역시 실익을 챙기며 한발 물러섰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춘다면 우리도 방어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향후 2주간 이란군과의 협의 하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가안보회의는 이번 합의를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수용하도록 만든 승리”라고 규정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휴전에 이스라엘도 동참하기로 했으며, 향후 14일간 대이란 공습을 중단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호르무즈 리스크’ 해소에 글로벌 시장 안도… 유가 10%대 폭락
경제계는 이번 휴전 소식에 즉각 안도하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휴전 합의 발표 직후 배럴당 12.04달러(10.66%) 폭락하며 100.90달러까지 밀려났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20%,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 에너지 수입의 최대 80%를 담당하는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짓누르던 극심한 공포를 단숨에 되돌린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유가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가 일단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헬륨과 글로벌 식량 안보와 직결된 비료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주요 원자재 물류 차질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이란이 요구한 미군 철수와 배상금 문제가 향후 본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10개조 평화안’ 공개… “협상 가능한 기초”
이번 휴전의 배경에는 이란이 제시한 구체적인 협상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연계된 누르뉴스(Nour News)가 공개한 ‘10개조 평화안’은 단순한 교전 중단을 넘어 중동 안보 질서 재편까지 겨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평화안의 골자는 ‘상호 비공격 보장’과 ‘경제 제재의 완전 철폐’다. 이란은 미국에 군사적 위협 중단과 자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 인정을 요구했다. 특히 자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적용되는 2차 제재(Secondary Boycott)까지 철폐하고, 유엔 안보리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를 종료할 것을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해 “협상 가능한 기반(workable basis)”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과거 이란 지도부를 “미친 자들”이라고 비난하던 태도에서 180도 바뀐 것으로, 트럼프 특유의 ‘선 압박 후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 평화안 주요 내용이다.
| 번호 | 주요 내용 |
|---|---|
| 1 | 미국의 비공격 보장 |
| 2 |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통제 유지 |
| 3 | 우라늄 농축 권한 인정 |
| 4 | 이란 대상 1차 제재 해제 |
| 5 | 외국 기업 대상 2차 제재 해제 |
| 6 | 유엔 안보리 대이란 제재 결의 종료 |
| 7 | IAEA 대이란 핵 관련 결의 종료 |
| 8 | 전쟁 피해 보상 |
| 9 | 중동 내 미군 철수 |
| 10 | 전면 휴전(이스라엘-헤즈볼라 포함) |
이슬라마바드서 운명의 회담…이란 “전쟁 끝은 아니다” 선 긋기
양측은 오는 4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실무 회담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는 “이번 대화가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10개조 제안이 관철되어야만 최종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특히 이번 휴전에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무기를 내려놓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전선 전체의 일시적 소강상태를 전했다.
2주 뒤가 더 문제…핵·미사일 ‘뇌관’은 그대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전쟁의 종결이 아닌 ‘시한폭탄의 일시 정지’로 보고 있다. 2주간의 휴전 기간은 벌었지만, 전쟁의 근본 원인인 이란의 핵연료 비축분 폐기, 미사일 사거리 제한,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및 전쟁 배상금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똑똑하고 덜 급진적”이라며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했지만, 동시에 “이란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면 파괴적인 힘을 다시 보낼 것”이라고 경고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이란에서는 16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 등 인근 지역에서도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 국제사회의 조속한 종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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