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버는 은행 vs 8000억 거래소…연봉은 왜 더 높나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고액 임원 보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침체와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권 대비 높은 보수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구조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양대산맥인 업비트와 빗썸의 전년도 평균 임원 보수가 각각 약 22억원, 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 4대 은행(국민·하나·우리·신한)의 평균 임원 보수(약 2억원) 대비 각각 885%, 56% 높은 수준이다.

두나무의 보수 수준은 특히 두드러진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전년도 보수 총액으로 59억8756만원을 수령했고, 이석우 대표는 36억922만원을 받았다. 전년 대비 송 회장은 소폭 감소했으나, 이 대표는 크게 증가했다.
이는 증권업계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 임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7억9300만원 수준이며, 김남구 회장은 48억9640만원을 수령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최고 연봉자가 41억800만원을 받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퇴직소득이 포함된 금액이다.

빗썸의 경우 대외협력(대관) 부문 보상이 눈에 띈다. 최희경 부사장은 10억3700만원을 받았으며, 이 중 일부는 규제 대응 공로에 따른 상여금이다.
소영호 상무는 총 7억9200만원을 수령했으며, 이 가운데 4억7000만원이 상여금이었다. 김태윤 전무와 남승진 부장 역시 대관 부문 기여도를 인정받아 각각 2억원, 5억원의 상여금을 지급받았다.
빗썸은 지난해 제휴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고, 이정훈 전 의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등 대관 이슈가 집중됐던 시기였다. 이후 디지털자산 렌딩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의 소통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외협력 담당 임원이 수십억원대 보수를 수령한 것에 대해 “일반 금융권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성과 대비 보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대관 고액 보수, 왜 가능한가
규제 산업 특성이 지목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제휴은행 변경, 규제 대응, 사업 인허가 등에서 대관 역할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해당 성과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관 인력이 대표이사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경우는 일반적인 금융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라는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회사가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인력에게 강한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보상은 대부분 정량적으로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증권사나 벤처캐피탈(VC)의 경우 딜 성사나 투자 수익 등으로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지만, 대관 업무는 ‘규제를 완화했다’, ‘이슈를 막았다’는 식의 정성적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 설명도 대부분 ‘기여도가 높았다’는 수준에 그쳐 외부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과 대비 보수 적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빗썸 관계자는 대관 인력 보수와 관련해 “상여금 지급 사유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기여도에 따라 지급됐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거래소 보수 체계 달라질까
이외에도 두나무와 빗썸의 평균 급여는 각각 2억5396만원, 9900만원 수준이다. 두나무의 경우는 4대 시중은행 임원 평균 보수(2억2350만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평균 급여가 고소득인데에는, 거래소의 높은 영업이익률에 있다. 지난해 기준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56%, 빗썸은 25%를 기록했다. 거래소 간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해 이전만큼 높은 영업이익률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높은 마진에 비해 두나무와 빗썸의 전사 인력은 약 600명 내외로 인당 생산성이 높다. 반면 시중은행은 약 1만1000~1만6000명의 인력이 전국 지점망을 통해 연간 약 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한다.
이 밖에도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 기업 특성상 개발자 및 핵심 인력 중심으로 성과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 감독 체계 차이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는 관련 법률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 규정 등에 따라 임직원 보수가 엄격히 관리되며, 성과급 역시 최근 3년 평균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규제 체계가 미비해 연도별 실적에 따라 보수가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실적이 좋은 해에는 성과급이 급증하고, 부진할 경우 급감하는 구조다.
업계 특성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기술직 임원이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IT 기업 성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공적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며 소유지분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는 감독체계 밖에 있어 보수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며 “제도화가 이뤄지면 금융권과 유사한 수준의 보수 규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체계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책임 요구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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