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기획시리즈 '디지털경제, 세계로 간다' 미국편 1부
| 블록미디어는 글로벌 디지털경제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한국의 나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디지털경제, 세계로 간다’ 시리즈를 통해 인도네시아, 홍콩, 미국 등 주요 디지털경제 허브의 정책·규제·산업 생태계 현지를 찾아 다니며 각국의 전략과 제도,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디지털경제 시대의 기회와 도전을 심층적으로 전합니다.<편집자주> |
[콜로라도=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 지갑을 직접 관리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와 자산 운용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파이(AgentFi)’가 미국 테크·금융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직접 거래를 실행하던 기존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을 넘어, 자율형 소프트웨어가 독립적인 금융 주체처럼 행동하는 구조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크립토·결제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전용 결제 및 지갑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는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와 협력해 AI 기반 에이전트 결제를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는 에이전트가 스스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기계간(M2M) 결제’ 환경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비자는 협업과 관련해 “에이전트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이동시키며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결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인증, 데이터 보호, 사기 방지 등 전 계층에서의 보안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자 네트워크를 통해 기계 기반 결제에 신뢰성과 확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전트파이는 AI와 탈중앙화금융이 결합한 개념이다. 기존 디파이가 사용자가 직접 프로토콜을 선택하고 자산을 예치한 뒤 거래를 실행하는 방식이었다면, 에이전트파이는 AI가 시장 데이터와 온체인 정보를 분석해 자산 배분, 거래 실행, 수익률 최적화, 거버넌스 참여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에이전트 내 핵심 결제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거나 다른 에이전트와 거래할 때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보다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제레미 알레어 써클(Circle) 최고경영자(CEO)도 스테이블코인이 기계 간 거래의 기반 통화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올해 1분기 기준 x402 결제 표준을 사용하는 웹3(Web3) 기반 AI 에이전트 결제는 지난달 기준 최근 30일 동안에 1500만건 이상 처리됐다. 누적 기준으로는 수억 건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온체인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수와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대형 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지갑을 생성하고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용 인프라를 선보였고, 스트라이프는 에이전트 결제에 특화한 프로토콜과 블록체인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써클 역시 초소액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전송 인프라를 강화하며 관련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표준화 작업이 자리 잡을 경우 AI 에이전트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사용료를 실시간으로 결제하고, 데이터·컴퓨팅 자원을 자동으로 구매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려는 웹3(Web3) 프로젝트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탈중앙화 인공지능 투자 모델을 내세운 ai16z(엘리자OS)와 AI 에이전트 발행 플랫폼 버추얼스 프로토콜(Virtuals Protocol), 탈중앙화 AI 학습 네트워크 비텐서(Bittensor)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태너 무어 원인치 담당은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에이전트 기반 상호작용은 이미 실사용 단계에 진입했다”며 “디파이에서 AI가 사용자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스테이블코인 수익률, 이더리움 파생상품 구조, 프로토콜 데이터 등을 반영해 자동으로 자산을 재배치하는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아직 AI 에이전트는 법적 주체가 아니어서 금융 행위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적용 방식도 명확하지 않다. AI의 환각 현상과 스마트계약 취약점, 특정 인프라 기업으로의 권한 집중 문제 역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카스 판데이 카이디 프로토콜 총괄은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거래를 실행하려면 보안 리스크와 환각 문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반 사용자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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