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CFTC 가이드라인 발표, 10년 규제 족쇄 풀었다
비트코인·솔라나 등 16종 ‘상품’ 확정… 10년 규제 족쇄 풀고 제도권 안착
보유만 해도 이자 받는 ‘스테이킹 ETF’ 시대 개막… 월가, 금융 고속도로 놓는다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 17일 전격 발표한 가상자산 분류 가이드라인(Release No. 33-11412)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2013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 온 “코인은 증권인가, 아닌가”라는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16개 코인의 이름표를 바꿔 단 사건이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을 주식이나 금처럼 쉽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금융 고속도로’가 깔린 것과 같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투자자와 일반 이용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본다.
10년 만의 결론… “이 코인들은 증권 아니다”
미 규제당국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코인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 솔라나(SOL)를 포함한 16종이다. 그간 시장은 SEC가 명확한 기준 없이 소송을 통해 규제하는 이른바 ‘집행에 의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에 시달려왔다. 불확실성 때문에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상품 출시를 꺼렸고, 기관투자자들은 진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국은 해당 코인들의 가치가 특정 주체의 경영 노력이 아닌 ‘네트워크의 프로그래밍적 작동과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공식 인정했다. 증권성이라는 족쇄를 벗고 금이나 원유 같은 자산의 지위를 획득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발행사는 SEC의 까다로운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고, 거래소는 증권거래소 인가 없이도 해당 코인들을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 구분 | 티커 | 이름 | 합의방식 | 주요 특징 및 선정 배경 |
| 디지털 금 | BTC | 비트코인 | PoW | 디지털 자산의 원조, 발행량 2100만개 고정 |
| BCH | 비트코인 캐시 | PoW | 비트코인 포크 자산, 결제 기능 특화 | |
| LTC | 라이트코인 | PoW | 빠른 처리 속도, 비트코인 보완재 성격 | |
| 플랫폼 | ETH | 이더리움 | PoS | 스마트컨트랙트 시장의 표준 인프라 |
| SOL | 솔라나 | PoS | 초고속 처리 성능, DeFi·NFT 생태계 주도 | |
| ADA | 카르다노 | PoS | 학술적 설계 기반의 높은 안정성 | |
| AVAX | 아발란체 | PoS | 멀티체인 구조 및 서브넷 지원 강점 | |
| DOT | 폴카닷 | PoS |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잇는 상호운용성 | |
| APT | 앱토스 | PoS | Meta(구 페이스북) 출신 개발진의 신세대 레이어1 | |
| XTZ | 테조스 | PoS | 온체인 거버넌스를 통한 자기 수정 기능 | |
| 결제·송금 | XRP | 리플 | 합의 | 국경 간 결제 특화, 금융기관 협력 네트워크 |
| XLM | 스텔라루멘 | 합의 | 저비용 송금 및 금융 포용성 지향 | |
| HBAR | 헤데라 | PoS | 기업용 공개원장, 높은 에너지 효율성 | |
| 인프라 | LINK | 체인링크 | 오라클 |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연결하는 필수 인프라 |
| 커뮤니티 | DOGE | 도지코인 | PoW | 강력한 커뮤니티 기반의 결제 수단 활용 |
| SHIB | 시바이누 | PoS | 밈(Meme) 기반에서 생태계 확장 성공 |
‘코인판 배당주’ 시대… 증권사 앱으로 투자하는 펀드 길 열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이 본격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스테이킹(staking)에 대한 규제 해석이다. 당국은 네트워크 검증 참여를 통해 얻는 보상이 증권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기존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에만 의존했던 것과 달리, 보유 자산에서 발생하는 스테이킹 수익까지 포함하는 ‘토탈 리턴 ETF’ 설계가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코인판 배당주’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섹터 펀드와 유사한 구조도 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 금(BTC·LTC) ▲스마트 컨트랙트(ETH·SOL·APT) ▲결제·송금(XRP·XLM) 등 기술적 특성에 따라 묶은 섹터 ETF도 등장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개별 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위험 대신, 증권사 앱에서 ‘가상자산 기술주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변동성 완충하는 ‘혼합형 ETF’까지… 기관 자금 유입 가속화
변동성을 우려하는 보수적 투자자를 위한 상품군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역시 비증권 자산으로 분류됨에 따라, ‘코인 80% + 스테이블코인 20%’ 비중의 혼합형 ETF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는 주식과 채권을 결합하는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신시아 로(Cynthia Lo)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Fidelity Digital Assets)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Reuters)와의 인터뷰에서“그동안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진입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는 ‘법적 불확실성’이었다”며 “SEC와 CFTC가 공동으로 16개 자산의 신분을 보증한 것은, 이제 기관들이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없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조만간 솔라나와 리플을 포함한 다중 자산(Multi-asset) 펀드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다.”
유럽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인 코인셰어즈(CoinShares)의 장 마리 모네티(Jean-Marie Mognetti) CEO 역시 코인데스크(CoinDesk)를 통해 “이번 가이드라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와 같다”고 평가하며, “비트코인에 집중됐던 유동성이 주요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시작”… 남은 세 가지 관문
다만 실제 투자 상품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관문을 지목한다.
먼저 지수 산출의 표준화다. S&P 다우존스 지수(S&P DJI)나 MSCI 같은 글로벌 지수 산출 기관들이 이번에 공인된 16종 코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상품 지수’ 방법론을 공시해야 한다. 어떤 코인에 가중치를 더 둘지, 가격 변동 시 어떻게 리밸런싱(자산 재조정)할지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있어야 펀드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수탁 인프라 구축이다. 펀드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커스터디’ 체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BNY멜론,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관련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종 규제 승인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SEC의 개별 상품 승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준’을 세운 것이지, 모든 상품에 ‘프리패스’를 준 것은 아니다. 운용사들이 제출할 각 ETF의 약관이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는지 SEC가 건건이 심사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미 금융당국 역시 이번 발표가 끝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시리즈 1(First Step)’으로 명명하며, 조만간 ‘시리즈 2: 가상자산 수탁 및 회계 지침’과 시리즈 3: 스테이킹 수익의 세무 및 공시 기준’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는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시리즈 형태로 제시한 것은 시장에 명확한 로드맵을 제공한 것”이라며 “규제 공백이 빠르게 메워질 경우, 상품 출시 속도 역시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