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20일(현지시각) 뉴욕 금 시장은 급격한 매도세에 휩싸이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오히려 급락하며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507달러까지 하락하며 전일 대비 약 146달러(-3.15%) 급락했다. 장중 내내 하락세가 이어지며 반등 시도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이번 주 금 가격은 4500달러 초반까지 밀리며 2011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1975년 집계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일부 분석에서는 198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의 주간 하락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금 가격은 아시아장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뉴욕장 개장 이후 낙폭이 확대됐고, 장 후반으로 갈수록 저점이 낮아지는 전형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이번 금 가격 하락은 통상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국면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되며 유가가 급등했지만 금은 상승 대신 하락했다.
핵심 배경은 금리와 달러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금 가격은 달러 인덱스 상승과 함께 동반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수급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3주 연속 자금 유출이 발생하며 올해 들어 유입된 물량이 대부분 되돌려졌다. 최근 3주 동안 약 60톤 이상의 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된다.
주식 및 기타 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금 매도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안전자산이라기보다 ‘현금화 대상 자산’으로서 금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버트 고틀립 전 JP모건 귀금속 트레이더는 “현재는 저가 매수에 나설 시점이 아니다”라며 “변동성이 안정되고 가격이 횡보 구간에 진입하기 전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쉔 탕 JP모건프라이빗뱅크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 총괄은 “초기에는 지정학적 헤지 자산으로 기능했지만 시장의 초점이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면서 금이 압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금 시장은 거시경제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될 경우 금의 안전자산 수요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초점이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이동할 경우 금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현재 금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라는 상반된 변수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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