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엔비디아가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칩 시장 규모가 내년인 2027년까지 약 1조달러(약 14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6’ 기조연설에서 “AI 컴퓨팅 수요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질 것이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제시했던 2026년 수요 전망치(5000억 달러)를 불과 1년 만에 두 배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학습’ 넘어 ‘추론’으로… 체질 개선 나선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이날 행사에서 하드웨어 권력을 공고히 할 신병기들을 대거 쏟아냈다.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AI 추론용 반도체 ‘그록3(Groq 3)’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용 칩 시장을 장악했다면, 이제는 실제 서비스 구현 단계인 ‘추론’ 시장까지 완벽히 접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록3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약 200억 달러를 들여 기술 라이선스 및 핵심 인력을 흡수한 스타트업 ‘그록’의 설계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학습용 H100, B200에 이어 추론 전용 라인업까지 완성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고 분석했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대한 야심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자체 CPU 시스템 ‘베라(Vera)’를 공개하며 인텔과 AMD가 주도해온 데이터센터 CPU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서버 랙 플랫폼 5종을 동시 공개, ‘칩 제조사’를 넘어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모를 공식화했다.
AI 에이전트부터 우주까지… 생태계 영토 확장
소프트웨어와 특수 분야로의 확장세도 매섭다. 엔비디아는 개인용 PC에서 구동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오픈클로(OpenClaw)’와 이를 지원하는 보안 스택 ‘네모클로(NemoClaw)’를 선보였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 지포스 RTX 기반 PC를 기업용 업무 환경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 AI’ 계획도 베일을 벗었다. 위성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베라 루빈 스페이스 모듈’은 기존 H100 대비 우주 환경에서의 연산 성능을 최대 25배 끌어올렸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우버와의 동맹을 강화했다. 엔비디아는 우버와 협력해 2027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벨4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향후 전 세계 28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리프트, 볼트,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도 엔비디아 플랫폼에 합류하며 자율주행 생태계의 ‘표준’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네비우스-메타 ‘역대급’ 계약… 이면에는 구조조정 칼바람
이날 현장에서는 대규모 비즈니스 성과도 발표됐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사인 AI 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Nevius)는 메타와 최대 270억 달러규모의 AI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네비우스는 2027년부터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 기반 클라우드를 메타에 공급한다. 이 중 120억 달러 규모의 초기 물량은 이미 확정됐다. 발표 직후 네비우스 주가는 14% 폭등했고, 메타 역시 2%대 강세를 보였다.
다만, 천문학적인 AI 투자 비용은 빅테크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타는 이번 투자 계획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야후파이낸스는 “엔비디아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전 세계 AI 산업 구조가 사실상 ‘엔비디아 대 비(非)엔비디아’의 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심화될수록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