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16일(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은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회복되면서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했다. 지난주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으로 급등했던 금리가 되돌림을 보이며 시장이 재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약 6.3bp 하락한 4.222%를 기록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금리가 큰 폭으로 되돌림을 보이며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나타냈다.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10년물 가격은 액면가 대비 99’07 수준으로 약 0.49% 상승했다.
단기 금리도 함께 하락했다. 통화정책 기대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약 5.4bp 하락한 3.679%를 기록하며 지난달 말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나타냈다.
장기 금리 역시 하락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6bp 떨어진 4.862% 수준을 기록하며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루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국제유가 하락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지난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됐고 이에 따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이달 초 이후 약 40% 상승하며 2020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5% 하락해 배럴당 93달러 수준으로 내려왔고 브렌트유 역시 약 3% 하락하며 100달러 선 부근에서 거래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를 일부 회복시키며 뉴욕증시 상승과 동시에 채권시장에서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지난주 금리 급등에 대한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짐 반스 브린모어트러스트 채권 디렉터는 “지난주 시장에서 나타났던 흐름이 일부 되돌려지는 모습”이라며 “투자자들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재평가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서 시장의 위험선호가 지난주보다 약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알리 하산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채권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거나 석유 인프라가 영구적으로 타격을 받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갈등이 비교적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는 낙관적 가정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낙관론이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약 24bp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는 전쟁 발생 이전 약 55bp 수준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년 만기 인플레이션 스왑은 지난주 약 3%까지 상승해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하락 영향으로 2.9% 수준으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금리 곡선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불 플래트닝(bull flattening)’ 형태를 보였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는 약 54.2bp로 축소되며 지난주 55.8bp에서 좁혀졌다. 이는 장기 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경기 및 정책 전망에 대한 시장의 미묘한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 FOMC회의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최근 급등한 유가가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연준의 판단을 확인하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향후 채권시장 방향성은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 흐름 그리고 연준의 정책 신호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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