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려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아직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16일 디지털자산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토큰화 모델이 논의되면서 관련 기술 기업과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이미 한국거래소(KRX)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과 거래 구조가 형성돼 있어, 실물연계자산(RWA) 중에서도 금융상품 구조화가 비교적 용이한 자산으로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중소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초자산을 탐색하는 단계에 가깝고, 탄소배출권은 아직 일부 플레이어만 관심을 보이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탄소배출권, ESG 비용 넘어 전략 자산”
그동안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은 규제 준수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비용성 자산에 가까웠다. 하지만 탄소중립(Net-Zero)이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관리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리드포인트시스템이 선보인 ‘카본플릿(Carbon Fleet)’은 친환경 선박 운항이나 물류 과정에서 감축된 탄소 배출량을 데이터화해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관리하는 플랫폼이다.
기업들은 토큰화된 탄소배출권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관리에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다.
김도형 리드포인트시스템 대표는 “최근 여러 증권사들이 탄소배출권 확보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배출권을 기반으로 향후 예상 수익을 구조화해 투자 상품으로 만들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 감축 데이터의 발생 시점과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라며 “소유권과 거래 이력을 장기간 검증할 수 있어 탄소배출권을 장기 투자 자산이나 기업 가치 제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은 이미 ‘리파이’ 실험…전통 금융도 진입했지만 과제 산적
해외에서는 탄소배출권 토큰화를 ‘리파이(Regenerative Finance·ReFi)’라는 새로운 금융 영역으로 묶어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탄소 감축 성과를 디지털 자산화해 거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전통 금융권도 관련 실험에 나서고 있다. 제이피모건(JPMorgan)은 파편화된 탄소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관 전용 탄소배출권 블록체인 결제망을 구축했다. 토큰화를 통해 같은 감축량이 여러 기업이나 국가에서 동시에 인정되는 이중 계산 문제와 거래 불투명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탄소배출권이 토큰증권(STO)의 핵심 기초자산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각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은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주식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 상품으로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시장 자체가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변수다. 주요국의 환경 정책이나 탄소 규제 방향에 따라 시장 가격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이 기존 조각투자 자산과 달리 제도권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 실물 자산이라는 점에서 RWA 후보군으로 거론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16일 오후 1시43분 기준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KAU25) 가격은 톤당 1만6050원으로 전일 대비 3.88% 상승했다. 거래량은 25만6207톤, 거래대금은 약 41억506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