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비트코인이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며 전통 금융시장과의 상관관계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에서는 고래 지갑의 매집 전환과 장기 보유자 손실 구간 진입 등 복합적인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5일 샌티먼트(Santiment)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몇 주 동안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약 2.2% 하락한 반면 비트코인은 약 2.4% 상승했다. 금 역시 약 3.7% 상승하며 비트코인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동안 비트코인이 S&P500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중동 지역 전쟁 긴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과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묶여 있지 않은 자산이기 때문에 보다 독립적인 가격 형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샌티먼트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상관관계가 깨질 경우 디지털자산을 기술주 대체재가 아니라 비주권적 헤지 자산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심리 역시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셜 데이터에서는 긍정적 언급이 급증했다. 샌티먼트에 따르면 긍정 대 부정 코멘트 비율은 약 2대 1로 최근 6주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수준이다. 이는 시장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낙관 심리는 종종 ‘불트랩’이나 단기 고점에 선행하기도 한다. 전쟁 불확실성이 오히려 디지털자산에 대한 역설적 신뢰를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온체인 지표 가운데 장기 채택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나타났다. 잔고가 0이 아닌 비트코인 지갑 수는 약 5900만개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거래 활동은 다소 둔화됐지만 장기 보유 지갑 수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채택과 장기 투자 흐름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회복 흐름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알트코인 시장은 엇갈린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따라 상승했지만 모멘텀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더리움 파생시장에서는 펀딩비가 최근 소폭 플러스로 전환됐다.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롱과 숏 포지션 간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지불되는 비용이다. 펀딩비가 양수일 경우 롱 포지션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이며 음수일 경우 숏 포지션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최근 탈중앙화금융(DeFi)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관련 자산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프라이버시 코인과 AI 에이전트 관련 토큰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 유동성이 모든 섹터로 동시에 확산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투자자 행동에서도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10~1만 BTC를 보유한 지갑들은 올해 1월 중순 이후 이어졌던 매도 흐름에서 벗어나 다시 순매집으로 전환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행동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액 지갑 보유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샌티먼트는 10~1만 BTC 보유 지갑을 중요한 ‘스마트머니’ 지표로 본다. 해당 구간의 지갑들은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66%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방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반면 1만~10만 BTC 지갑은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거래소 콜드월렛이나 유동성 공급자일 가능성이 높아 시장 심리보다는 운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기 보유자와 단기 보유자의 수익 상태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단기 보유자 기준 30일 시장 가치 대비 실현 가치 비율(MVRV)는 약 4.7%로 소폭 이익 구간에 있다. 장기 보유자 기준 365일 MVRV는 약 -25%로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다. MVRV는 현재 가격이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 가격 대비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역사적으로 장기 보유자들이 손실 상태에 있을 때는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7일 기준 100만 달러 이상 대형 거래 건수는 약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이를 적극적인 매도 신호라기보다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방향을 지켜보는 ‘관망’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숏 포지션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가격이 회복됐음에도 주요 거래소 펀딩비는 여전히 음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숏 포지션이 누적돼 있음을 의미하며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숏스퀴즈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석가들은 “낮은 변동성과 낮은 고래 활동은 종종 ‘폭풍 전 고요’에 해당한다”며 “어느 방향이든 큰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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