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중동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은 주요 지지선을 유지하며 버티는 모습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러라고(Mar-a-Lago) 특별 행사’ 소식과 클래러티(CLARITY) 법안 기대감이 겹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시장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오전 9시30분 기준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1억452만4000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전일 대비 0.84% 내린 7만92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이더리움(ETH) △비앤비(BNB) △엑스알피(XRP)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카르다노(ADA)는 일제히 하락했다. 트론(TRX)만 약 1.5% 상승하며 제한적인 강세를 보였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약 1억6831만달러(약 2519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가운데 숏 포지션이 약 57.77%를 차지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3억8052만달러(약 5694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미군이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이란이 해외로 판매하는 원유의 약 80~90%가 이 섬을 통해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인프라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역시 반격을 이어갔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국제 쿠드스의 날’을 맞아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이스라엘이 해당 지역을 공격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집회가 예정된 테헤란 지역을 폭격할 수 있다며 해당 장소에 모이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이란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면서 시민 상당수는 이러한 경고를 접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시경제 지표도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0.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것은 물론 전분기(4.4%) 대비 크게 둔화된 수치다. 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8.71달러로 3.11% 급등했다.
이 같은 긴장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한때 7만30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조정을 겪었지만 7만달러 선을 지키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치 이벤트와 제도 기대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피셜 트럼프(OFFICIAL TRUM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점 행사 개최 소식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측은 3월 12일부터 4월 10일까지 보유량 기준 상위 297명의 토큰 보유자에게 해당 행사 초청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래러티 법안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근 디지털자산 규제 접근 방식을 조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의회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는 클래러티 법안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 자금 흐름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금 ETF에서는 자금이 유출된 반면 최대 현물 비트코인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는 같은 기간 운용자산의 약 1.5%에 해당하는 자금이 유입됐다”며 “금 ETF가 비트코인 ETF에 대해 가졌던 자금 흐름 우위가 뒤집혔다”고 분석했다.
유리엔 티머 피델리티 글로벌 매크로 이사는 비트코인이 6만달러 선에서 견고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가격 흐름은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장기 강세장을 위한 건강한 조정 과정”이라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30을 기록해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도의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강한 탐욕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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