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최근 정부 기관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관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새로운 자산 체계에 대한 정부의 낮은 이해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통한 세금 은닉이나 대납 등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는 가운데, 제도와 관리 체계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성진 국세청 차장은 지난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디지털자산 유출과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400만 PRTG 코인을 지난달 27일 탈취당했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사진에 디지털자산 지갑의 핵심 보안 정보인 니모닉 코드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 원인이었다.
니모닉 구문은 디지털자산 지갑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보안 장치다. 흔히 사용하는 사이트 비밀번호가 집 현관문의 도어락 번호라면 니모닉은 집 전체의 소유권을 담은 마스터키이자 인감도장에 비유된다.
보통 12개에서 24개의 무작위 영어 단어로 구성되며 사용자가 지갑을 분실하거나 기기를 교체했을 때 자산을 복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복잡한 ‘개인 키(Private Key)’를 인간이 기억하기 쉬운 단어 나열로 변환한 형태다.
문제는 이 구문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해당 지갑에 접속해 자산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노출되면 비밀번호 변경처럼 사후 조치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지갑 통제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보안 전문가들이 니모닉 구문을 절대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지 말고 종이에 적어 물리적으로 보관하라고 권고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사고는 경찰에서도 반복됐다. 지난해 광주지검에서는 USB형 전자지갑에 보관하던 비트코인 일부가 사라졌고,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임의 제출받아 보관하던 비트코인 22개(당시 시가 약 21억원)가 외부 전자지갑으로 무단 이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압수·보관 중이던 코인을 경찰 통제 지갑이 아닌 제3자 업체의 콜드월렛에 맡긴 데다, 지갑 접근에 필요한 니모닉 구문조차 확보하지 않아 실질적인 통제권을 상실했다.
경찰은 이후 관련 피의자를 검거하고 하드웨어 지갑 관리 책임자를 2인으로 지정하는 한편 복구 구문과 비밀번호를 분할 관리하는 등 디지털자산 압수물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수사기관 전반의 디지털자산 이해도와 기본 보안 원칙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 기관들의 디지털자산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 잇따른 사고를 통해 드러나면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자산은 지갑 관리 방식과 보안 구조가 기존 금융자산과 크게 다른 만큼, 수사기관과 정책 당국이 관련 기술과 보안 원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논의를 넘어 수사기관과 정책 당국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 전문 교육과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에는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해 범죄 자금 추적과 수사 지원에 나서는 한편,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인천경찰청 등 국내 주요 법 집행 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수사 협력 활동과 함께 디지털자산 범죄 대응에 필요한 도구와 추적 기법 등을 소개하는 교육 세션을 전 세계적으로 400회 이상 진행해 왔다.
국내에서도 경찰청과 검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 정보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국내외 법 집행 기관 관계자 약 6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추적 기법과 국제 공조 사례를 공유했으며, 인천경찰청과 경찰수사연수원에서도 디지털자산 수사 교육이 진행된 바 있다.
바이낸스는 이러한 교육 협력을 수사기관을 국세청 등 다른 정부 기관의 요청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교육 등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재 바이낸스 APAC 지역 담당 조사전문관은 “디지털자산 관련한 교육과 매뉴얼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교육에는 많은 시간과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며, 잦은 인사 이동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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