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강련호 변호사] 최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체계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특히 특정 주주에 대한 지분 보유 제한 도입 여부가 정책적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나 은행법상 은행에 적용되는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참고해 디지털자산 거래소에도 유사한 규율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법적·경제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06조는 누구든지 거래소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78조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15%를 초과하는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있다.
규정 입법 취지는 거래소가 자본시장 인프라로서 가지는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특정인 또는 특정 그룹에 의해 거래소가 사실상 지배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거래소 운영의 공정성과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즉, 거래소는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개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공적 인프라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지분 집중에 따른 사유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은행법 제15조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찾아볼 수 있다. 은행법은 동일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의 공공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은행의 지분 제한 규정과 관련해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고, 부실화될 경우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후적 규제만으로는 사금고화의 폐단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러한 지분 제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렇기에 동일한 논리를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증권거래소나 은행과 달리 본래 민간의 자율적 시장 형성 과정에서 등장한 사업자라는 점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또한 현재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자본시장 인프라와 같은 수준의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증권거래소는 거래뿐만 아니라 청산·결제·정산 등 시장 인프라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이러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디지털자산은 아직 자본시장 내의 주식과 같이 기업의 실물경제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통적 증권거래소는 국가 단위에서 사실상 독점적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복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전제해 강한 지분 제한을 도입하는 것은 규제의 정당성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이미 형성된 지배구조에 대해 강제적으로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방식의 규제는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재산권 역시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으나, 그러한 제한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비례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기존 주주에게 강제적인 지분 처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규제의 필요성과 최소침해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토가 요구된다.
관련해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유지의무와 관련된 판례에서도, 대주주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중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이 밖에도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된 바 있다. 이러한 법리는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지분 제한 입법을 검토함에 있어서도 참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해 증권거래소나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지분 제한을 도입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다소 과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공익적 우려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지분 제한이라는 강한 규제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금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내부통제 강화, 이해상충 방지 규정 등의 방식으로도 상당 부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지분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향후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과 더욱 밀접하게 결합하거나 금융서비스와 결합해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거래소의 공공적 기능 역시 강화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지분 분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지분 제한 규제는 전통 금융 인프라에 대한 규제를 단순히 차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시장의 특성과 발전 단계, 거래소의 실제 기능 및 시장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강한 사전적 지분 규제보다는 단계적이고 보완적인 규제수단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접근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4)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졸업(2020)
· TSMP Law corporation(싱가포르) 파견(2022-2023)
· 자금세탁방지전문가 (CAMS)(2022)
· TPAC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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