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옵션 시장에서는 향후 증시 급락을 대비한 ‘재앙’ 수준의 헤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한 만큼, 오히려 이를 이용한 역발상 투자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수는 ‘신고가’ 근처인데… 옵션 시장은 ‘패닉’
11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이란-이스라엘 충돌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28일 분쟁 시작 이후에도 사상 최고치 대비 불과 4% 이내의 거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미국 증시 내부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노무라 증권의 크로스에셋 전략가 찰리 매켈리곳(Charlie McElligott)은 “미국 대형 기술주와 나스닥100 ETF(QQQ) 옵션 트레이더들이 사실상 ‘재앙(Disaster)’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왼쪽 꼬리’ 리스크에 쏠린 눈… 빅테크 풋옵션 수요 폭증
현재 옵션 시장의 ‘스큐(Skew, 외가격 풋옵션과 콜옵션의 가격 차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하락 방향에 치우쳐 있다. 매켈리곳은 “시장이 ‘레프트 테일(Left-tail, 대폭락)’ 위험에 대비한 헤지에 미친 듯이 매달리고 있는 반면, 주가 상승 시 수익을 내는 ‘라이트 테일(Right-tail)’에 베팅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7(M7: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 애플, 알파벳, 메타)’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외가격(OTM) 풋옵션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이 통제 불능의 하락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시장이 항상 ‘블랙 스완’으로 간주해 온 시나리오”라며 “실제 자산 가격은 아직 이 공포를 다 반영하지 않았지만, 옵션 시장은 이미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포를 팔아라”… 전문가가 제안하는 ‘역발상 전략’
노무라의 매켈리곳 전략가는 이러한 극단적인 공포 국면이 오히려 ‘비대칭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하락에 베팅하며 풋옵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비싸진 상황을 역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용기 있는 투자자라면 가격이 치솟은 외가격 풋옵션을 매도하고, 그 프리미엄으로 저렴해진 콜옵션을 매수하는 전략(Selling puts and buying calls)을 통해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락 방어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 만큼, 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버티거나 반등할 경우 강력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하락한 25 미만에서 거래되며 시장의 극심한 긴장감이 소폭 완화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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