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11일 뉴욕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7만달러 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가며 시장의 방향성을 탐색했고 일부 주요 알트코인은 소폭 반등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중기적으로 8만달러 회복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다만 이란 관련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변동성, 다음 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를 앞둔 경계심이 여전히 시장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약 2조4100억달러로 집계됐고 시장 대표 지수인 CMC20은 약 145포인트로 전일 대비 상승했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 공포·탐욕 지수는 28을 기록하며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비트코인 7만달러 부근 안정…주요 코인 혼조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약 7만589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전일 대비 0.8% 상승했다. 장중 한때 6만9000달러대까지 밀렸다가 다시 7만달러를 회복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 방어 흐름이 확인됐다.
이더리움(ETH)은 약 2075달러로 1.7% 상승했고, 바이낸스코인(BNB)은 약 652달러로 1.7%가량 올랐다. 엑스알피(XRP)는 약 1.40달러로 0.7% 상승했다.
솔라나(SOL)는 약 87.7달러로 1.8% 상승하며 주요 알트코인 가운데 비교적 강한 반등을 보였고, 트론(TRX)은 약 0.29달러로 2%가량 상승했다. 도지코인(DOGE)은 약 0.094달러로 1%가량 하락하며 조정을 이어갔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35 수준으로 여전히 비트코인 중심의 시장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 크립토 RSI는 53 수준으로 과열도 과매도도 아닌 중립 구간에 위치했다.
시장 변동성 배경…유가와 지정학 리스크가 핵심 변수
최근 시장 변동성의 핵심 요인은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움직임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급등했고 이는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을 때 디지털자산과 주식 시장은 동시에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다소 안정됐다. 미국 거래 시간 초반 유가가 배럴당 약 3달러 하락하자 비트코인은 곧바로 7만달러 위로 반등했고 나스닥 역시 상승 전환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로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면서 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했다. 다만 이번 수치는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반영되기 이전 데이터라는 점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파생시장 움직임…8만달러 베팅 확대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옵션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트레이더들은 향후 몇 달 내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회복할 가능성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 온체인 옵션 플랫폼 Derive에 따르면 현재 옵션 가격은 6월 말까지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돌파할 확률을 약 3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7만달러 위로 반등하면서 약 2억3300만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주일간 누적 청산 규모는 약 23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7만2000달러에서 7만4000달러 구간에 상당한 유동성이 쌓여 있는 반면 6만5000달러에서 6만9000달러 구간에는 그보다 약 두 배 많은 유동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진단…“비트코인 점차 거시 자산 성격 강화”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최근 거시경제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닉 포스터 Derive.xyz 창립자는 “비트코인 옵션 시장에서 하방 방어 수요가 줄고 풋옵션 매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안정적이거나 점진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콜트먼 21Shares 매크로 총괄은 “이번 CPI 수치는 예상과 일치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음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라니아 굴레 XS.com 수석 시장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7만달러 부근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투자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비트코인이 단순한 기술주 성격의 위험자산이 아니라 거시 유동성에 반응하는 하이브리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시장 전망…유가·연준 정책이 핵심 변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방향성 확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QCP 캐피털 분석팀은 “비트코인이 6만달러에서 7만달러 구간에서 장기 투자자들의 매집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움직임은 강한 상승장 재개보다는 시장 안정화 과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다음 주 예정된 연준 FOMC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는 3월과 4월 회의 모두에서 사실상 사라진 상태이며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와 유가 흐름이 정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에서 7만4000달러 사이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중기적으로는 거시경제 변수와 지정학 상황에 따라 8만달러 재도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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