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의 생존 전략이 변하고 있다. 본업 수익을 재투자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을 재무 자산으로 편입하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전략이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까지…DAT 사업 확대
11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 등 관련 정책 이슈가 부각되면서 디지털자산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라택시스 홀딩스다.
파라택시스 홀딩스는 2019년 설립된 미국 기반 디지털자산 전문 헤지펀드 겸 투자사로, 최근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자본 조달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서 이른바 ‘한국형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모델을 구축했다.
파라택시스의 DAT 전략은 2025년 6월 코스닥 상장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에서 시작됐다. 약 250억원을 투입해 회사를 인수한 뒤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하고 비트코인 보유를 담당하는 트레저리 기업으로 전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158개까지 확대하고 미국 현지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자산을 인수하며 채굴 사업에도 진출했다. 단순 매집을 넘어 직접 채굴을 병행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어 12월에는 두 번째 상장사 인수에 나섰다. 데이터베이스 보안 전문기업 신시웨이 지분 47.20%를 약 261억원에 확보하며 이더리움 중심의 트레저리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신시웨이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으로 디지털 자산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후 2026년 1월 신시웨이 최대주주가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됐다. 같은 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추가하고 사명을 ‘파라택시스이더리움’으로 변경했다.
이후 본격적인 이더리움 매집이 시작됐다.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은 2026년 2월 약 150억원 규모로 이더리움 5184개를 처음 매입했고, 이어 지난 9일 2577개를 추가 매입했다. 현재 누적 보유량은 8691개(약 257억원 규모)다.
이명훈 파라택시스이더리움 대표는 “아시아 1위 이더리움 보유 기업을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비트맥스, 재무 구조 개편 통해 DAT 전략 추진
비트맥스는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비트코인 보유 중심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 정보를 집계하는 비트코인트레저리넷(BitcoinTreasuries.net)에 따르면, 현재 비트맥스는 비트코인 551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상장사 기준 63위 수준이다.
비트맥스는 과거 증강현실(AR)·메타버스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맥스트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관련 산업 성장 둔화와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2024년 1월 삼성SDS 협력사인 B2B 소프트웨어 기업 아이엘포유의 경영권을 확보했고 이후 흡수합병을 통해 사업 구조에 편입했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매출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2024년 12월에는 기존 메타버스 사업 중심 구조를 정리하고 최대주주 변경을 위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5년 2월 메타플랫폼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으며 홍상혁 대표가 취임하면서 사명을 비트맥스로 변경하고 디지털 자산 중심 전략을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재무 구조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비트맥스는 2~4회차 전환사채(CB)의 이자율을 기존 약 5%에서 0%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0억원 규모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누적 결손금을 정리하기 위해 보통주 4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도 결정했다. 자본감소 이후 자본금은 약 210억원에서 52억원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회사 측은 “재무 구조를 정리해 상장 유지 요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5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비트맥스는 전일 대비 9.91% 하락한 918원, 파라택시스코리아는 0.67% 오른 750원,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은 3.84% 오른 162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업 가치 전략이지만 투자자 보호 필요”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DAT 기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와 스테이블코인 이슈 등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상장사가 디지털자산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면 투자자 관심을 끌고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디지털자산을 매입한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바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자산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법인 투자 허용 가능성이 꼽힌다. 그는 “현재 디지털자산 법인 투자가 완전히 허용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 허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전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상장사를 인수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매집하는 구조는 일종의 코스닥 우회 상장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며 “상장사가 가진 제도적 신뢰성을 활용해 디지털자산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는 거래소 심사를 통해 요건을 충족하지만 인수 이후 사업 방향이 크게 바뀌면 초기 심사를 받은 사업과 전혀 다른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장사의 제도적 장점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 모델을 보고 투자했는데 인수 이후 전략이 크게 바뀌면 투자 판단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며 “사업 구조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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