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이란 내부 권력 승계 갈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런던에 본사를 둔 언론사 이란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서는 전쟁 상황 속에서 최고지도자 후계 문제를 둘러싼 정치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이란 권력 구조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란 헌법 제111조에 따라 임시 지도 체제가 가동된 상태다. 이에 따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임시 지도위원회(Provisional Leadership Council) 수장으로서 군 통수권을 포함한 최고지도자 권한 상당 부분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권력 공백 상황에서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바스 아훈디 전 이란 교통장관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페제시키안은 현재 대통령이자 지도위원회 수장이며 군 최고통수권자”라며 “지금은 모든 권력이 자신의 지휘 아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쟁 상황에서 후계 논쟁을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훈디는 “전쟁 중에 권력 승계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전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지금은 전쟁 대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치권에서는 최고지도자 후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모흐센 장가네 이란 의회 의원은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 소속 고위 성직자들이 두 명의 성직자를 차기 지도자로 추천했지만 두 후보 모두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회의는 헌법상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재 내부 갈등과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권력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최고 자문기구인 국가이익판단회의(Expediency Discernment Council)는 전문가회의 기능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임시 지도 체제에 권한을 넘겼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역시 권력 승계 논쟁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성직자들과 정치 세력은 세습 논란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권력 축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 책임자는 동생 사데크 라리자니를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데크 라리자니는 과거 이란 사법부 수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가이익판단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제도적 권한을 활용해 후계 절차를 늦추거나 혁명수비대의 구상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외부에서도 권력 전환을 둘러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망명 중인 레자 팔라비 전 이란 왕세자는 최근 X에 이란 정권이 붕괴될 경우 과도 지도자로서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국민이 정권 이후의 과도기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그 책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질서 있는 정치 전환을 보장하며 이란 국민이 투표를 통해 미래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팔라비는 과거 정권 교체 과정에서 발생했던 행정 공백을 반복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탈바트화(de-Baathification) 같은 정책을 반복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공무원과 관료 조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는 지지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팔라비가 국민적 위임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 내부 권력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동 전쟁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이후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 역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는 무력화됐다”며 새로운 지도자 등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 정치권에서는 혁명수비대, 성직자 권력, 정치 엘리트, 망명 세력까지 여러 권력 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 상황 속 권력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란 정치 구조가 장기적인 불안정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