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락 속 비트코인 선방…“디지털자산 시장 변곡점”
금 대신 비트코인?…파생시장 수요·ETF 자금 유입 확대
전쟁·FOMC 변수 여전…“7만4000달러 돌파가 분수령”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중동 사태 여파로 국내 주식 시장이 이번 주 내내 급등락을 반복한 가운데 비트코인(BTC)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 때마다 급락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가격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디지털자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전쟁 장기화 등 거시 변수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이어지고 있다.
8일 디지털자산 시황 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5일 5만9000달러 선까지 하락한 이후 약 20% 반등해 한 때 7만4000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최근 미국 고용지표 악화 영향으로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며 현재는 6만달러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6만30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빠르게 낙폭을 회복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과거에는 지정학적 충돌이나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디지털자산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코스피 급락 속 비트코인 선방…“디지털자산 시장 변곡점”
다른 위험자산이 크게 흔들린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이다. 지난해 10월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뚜렷한 거시적 내러티브의 수혜를 받지 못하던 비트코인은 이번 중동 사태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3일 공습 이후 첫 거래일에 종가 기준 7.24% 하락하며 6000선이 붕괴됐다. 이어 다음날에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종가 기준 12% 급락해 9·11 사태 이후 역대 최대 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급락 이후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부 반등하는 모습도 나타났지만 중동 사태 이후 6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빠르게 가격을 회복한 비트코인은 7만4000달러 선까지 상승한 뒤 소폭 조정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충분한 조정을 거치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웬 라우 클리어 스트리트(Clear Street)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이 수개월간 이어진 침체를 벗어나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10월10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약 44% 하락한 흐름이 사실상 ‘디지털자산 겨울’의 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라우 분석가는 “이번 랠리는 충분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며 “업계가 본격적인 변곡점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 대신 비트코인?…파생시장 수요·ETF 자금 유입 확대
특히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시작된 이후 금값이 약 2% 하락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반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프랭크 차파로 GSR 콘텐츠 책임자는 “그동안 금값이 두 배 오르는 동안 비트코인은 반토막 났다”며 “전쟁과 제재, 예산 적자 확대라는 배경 속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비트코인으로 자본이 다시 순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헐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CryptoQuant) 리서치 책임자 역시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의 강한 수요를 언급했다. 모레노 책임자는 “가격 상승과 함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급증한 것은 트레이더들이 새로운 롱(매수) 포지션을 대거 구축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관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약 6억8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분석가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로 견실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50% 하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ETF 자금 유입 규모는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요인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이 미국 시민의 손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은행권을 비판하고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디지털자산 패권을 놓치는 것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는 지정학적 패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FOMC 변수 여전…“7만4000달러 돌파가 분수령”
다만 시장이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중동 사태의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비트코인 가격도 여전히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40%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알렉스 쿱시키비치 에프엑스프로(FxPro) 수석 시장 분석가는 “주가 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어 시장 상황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향후 시장의 향방은 중동 정세가 얼마나 빠르게 수습될지에 상당 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관건은 이란 전쟁의 종결 시점”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돼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오히려 금리 인하 논리가 강화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이란 전쟁의 향방과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7만4000달러 저항대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이 두 변수의 결과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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