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에너지와 해운에 이어 농산물이 인플레이션의 ‘다음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고조될 때마다 반복됐던 ’27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면서, 밀 가격이 단기 폭등하는 이른바 ‘포물선(Parabolic)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역사적 전쟁과 궤를 같이한 ‘밀 가격’… 27년 주기의 귀환
미국의 저명한 농산물 애널리스트 숀 해킷(Shawn Hackett)은 최근 X(옛 트위터)와 미국 농업 라디오 프로그램 ‘아그리토크(AgriTalk)’ 인터뷰를 통해 “27년 주기의 지정학적 불안정 사이클이 반복적으로 밀 가격의 급등 구간과 맞물려 왔다”며 현 국면을 ‘포물선(파라볼릭) 구간’으로 해석했다.
해킷이 공유한 차트(MRCI/The ChartStore)는 밀 현물 가격(부셸당 달러)이 역사적으로 전쟁과 같은 충격 국면에서 단기간 급등한 뒤 장기간 조정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차트에는 남북전쟁, 미서전쟁, 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주요 분쟁 시기에 밀 가격이 수직에 가까운 상승을 보였다는 점이 표시돼 있으며 이런 급등 구간의 지속 기간이 대체로 약 4년 내외라는 설명이 함께 붙었다.

실제 차트상 주요 고점 구간을 보면 남북전쟁 이후 1867년 5월 2.8750달러, 1차 세계대전기 1917년 5월 3.0080달러, 전후 재편 국면인 1948년 1월 3.1850달러가 제시돼 있다. 이후 1970년대 초반에는 1974년 2월 6.9150달러로 레벨이 한 차례 점프했고 1996년 4월 6.3450달러 등 변동성이 이어졌다. 2008년 2월에는 11.9500달러, 2012년 7월 9.1500달러, 2022년 5월 12.7875달러로 고점 구간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밀 가격이 단순 농산물 가격을 넘어 식료품 물가의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밀은 제분과 가공을 거쳐 빵, 면류, 가공식품으로 광범위하게 전이되며 사료 곡물과의 대체 관계도 있어 곡물 전반의 가격 기대를 흔드는 성격이 있다. 여기에 흑해 수출 경로, 중동 해상 물류, 보험료와 운송비 같은 비가격 요인이 겹치면 가격 형성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통계적 가설” 신중론 속에서도… 시장 경계감은 최고조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기설’이 통계적 가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가격 경로는 전쟁의 양상 외에도 엘니뇨 등 기후 변수, 주요국의 재고 수준, 수출 제한 정책 등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숀 해킷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료 가격을 밀어 올리고, 해운 운임이 곡물 수입 단가를 높이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곡물 시장의 ‘포물선형 상승’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2022년 기록했던 역사적 고점인 12.78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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