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법인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 과제 콘퍼런스'
금융위, 법인 투자 3단계 허용 로드맵 추진…제도 정비 논의 지속
김현정 의원 “시장 신뢰 확보 위한 수탁·회계·감독 체계 마련 필요”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을 위해 법인 투자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로 형성된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법인 시장 개방과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와 보조를 맞춰 제도 준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 중심 구조 한계…“법인 투자 참여 필요”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법인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 과제 학술 콘퍼런스’에서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법인 참여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로 형성돼 있다”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하면 시장의 양적 확대와 함께 시장 깊이감 또한 확대될 수 있다”며 “증권사 등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참여할 경우 시장 신뢰를 높이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는 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계좌 개설이 사실상 막혀 있어, 코인으로 기부금을 받은 대학이나 범죄 수익을 압수한 검찰조차 이를 제때 매도하지 못해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겪는 등 실무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는 법인 투자 허용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1단계로 학교 법인이나 검찰 등의 현금화(매도) 목적 거래를 우선 허용하고, 2단계로는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통제 절차가 확실한 일부 법인에 한정해 투자를 허용한 뒤, 장기적으로는 3단계에 걸쳐 대부분의 법인에 투자를 개방하는 방안이다.
다만 현재 지난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됐던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 대상 디지털자산 투자 시범 허용’ 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인 투자 허용을 둘러싼 제도 정비와 정책 추진 속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자산 정책의 핵심 목표는 시장 성장이나 가격 안정이 아니라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TF·파생상품 허용 등 제도 정비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도 각계 전문가들이 법인 시장 개방의 당위성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디지털자산을 기초로 하는 금융 상품 출시를 조속히 허용해야 한다”며 위험 감수 능력이 검증된 상장사와 전문 투자자 등록 법인부터 우선적으로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유연한 규제를 촉구했다.
김 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 역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해외 디지털자산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 47개, 그 규모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기업들이 국내 실무적 어려움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실효성 있는 법인 참여를 위해 선물·옵션 등 해지(위험 분산) 수단 허용과 명확한 회계 처리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법인 투자 허용 ‘3단계 로드맵’ 추진…시장 안정화 주력

이에 대해 금융위는 법인 투자 허용과 관련해 시장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홍재선 금융위 사무관은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며 “상장사 등 법인의 대규모 거래가 자금세탁방지(AML)에 악용되거나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충분한 내부통제와 보안 장치를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법인 투자 허용 시기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법안 논의 과정과 발맞춰 최대한 신속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사무관은 “법인 투자 허용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법안 논의와 맞물려 추진될 사안”이라며 “입법 논의 과정과 보조를 맞춰 필요한 제도적 준비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 참여 확대에 대비해 △정책·감독 체계 고도화 △커스터디(수탁) 인프라 구축 △회계 및 내부 통제 투명성 강화 등 세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법인 참여 확대에 따른 정책적·감독적 쟁점을 선제적으로 점검해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법인 자산을 보호하는 수탁 체계와 재무 보고·내부 통제 기준을 정교화해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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