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전례 없는 수요 폭주에 한때 서비스 장애… 사상 최대 가입 기록
“무기 개발 안 돼” 정부와 맞짱… ‘AI 소신’에 ChatGPT 밀어내고 앱스토어 1위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의 기세가 무섭다.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소신 행보가 오히려 사용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챗GPT(ChatGPT)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전례 없는 수요”… 몰려드는 사용자에 서버도 ‘휘청’
2일(현지시각) 마켓워치와 톰스가이드 등 외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월요일 오전 일시적인 서비스 장애를 겪은 후 복구됐다. 원인은 단순한 오류가 아닌 ‘폭발적인 수요’였다.
앤스로픽 측은 “최근 며칠간 클로드에 대한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며 일일 가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전 5시 30분(미 태평양 표준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인증 시스템 오류로 수천 명의 사용자가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장애는 역설적으로 클로드의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하는 꼴이 됐다. 앤스로픽의 유료 구독자는 올해 들어서만 2배 이상 늘었고, 무료 사용자 또한 지난 1월 대비 60%나 폭증했다.
정부 계약 걷어찬 소신… “감시·살상용으론 못 준다”
앤스로픽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 미 정부는 앤스로픽을 국가 안보 차원의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당초 앤스로픽은 국방부와 최대 2억 달러(약 2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
파국은 앤스로픽의 ‘원칙’에서 시작됐다. 앤스로픽은 자사의 AI 기술이 대규모 감시 시스템이나 자율 살상 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요구했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좌파 얼간이들이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파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6개월 내 모든 연방 기관에서 앤스로픽 기술을 퇴출하라고 명령했다.
반면 경쟁사인 오픈AI(OpenAI)는 앤스로픽이 떠난 자리를 꿰차며 정부와 손을 잡았다. 오픈AI 측은 “이전의 어떤 계약보다 강력한 가드레일을 갖췄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했다.
‘배신감’ 느낀 ChatGPT 사용자들… 클로드로 대거 이동
정부와 밀착하는 오픈AI에 실망한 사용자들은 대거 ‘클로드’로 갈아타고 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QuitGPT(챗GPT 탈퇴)’ 해시태그와 함께 구독 해지 인증이 잇따르고 있다. 클로드는 지난 주말 애플 앱스토어 차트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지난 1월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던 순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요 빅테크 기업 직원 700여 명이 앤스로픽의 소신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는 등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앤스로픽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웨드버시 증권의 다니엘 아이브스 분석가는 “정부의 공급망 위험 지정으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클로드 도입을 일시 중단할 수는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앤스로픽의 원칙 있는 입장이 오히려 호감도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10조 원 몸값… 기술력 넘어 ‘윤리 전쟁’으로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앤스로픽은 최근 300억 달러를 조달하며 포스트머니 기업가치 3800억 달러(약 510조원)를 인정받은 거대 유니콘이다.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 지정은 보잉, 록히드마틴 등 정부 계약을 맺은 모든 민간 기업들이 앤스로픽과 거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AI 업계의 지형도를 바꾸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AI의 윤리와 안전’이 사용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가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공급망 위험 지정은 전례가 없으며 법적으로 부당하다”며 “어떠한 위협이나 처벌도 우리의 안전 원칙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력 싸움을 넘어 ‘AI 윤리’와 ‘국가 안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AI 시장의 패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