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국제 금값이 중동 전면전 우려 속에 장중 5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재시험에 나섰다. 다만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고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완화돼 상승폭은 장중 고점 대비 축소됐다.
2일(현지시각) 오전 거래에서 금 현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5419달러를 상회하며 강하게 치솟았다. 장중 기준 4주 만의 최고치이자 사상 최고가권 재진입 시도다. 이후 미국 증시가 낙폭을 만회하자 금값은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으나 5300달러 선 위에서는 지지를 유지했다. 현재 가격은 5336달러 수준으로 전일 대비 약 1.1% 상승 중이다.
미국 금 선물도 장 초반 3% 가까이 급등해 540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완화 기대에 힘입어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4%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 배경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확대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과 함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됐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기지 인근 도시를 타격하며 보복에 나섰고 일부 항공 노선과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장중 급등했고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확산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통상 실질금리 하락 기대와 맞물려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 액티브트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금 상승과 위험자산 약세가 이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장중 흐름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S&P500 지수가 한때 급락했다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하며 상승 전환에 성공하자 금의 추가 상승 동력은 다소 약화됐다. 투자자들이 이번 충돌이 해협 전면 봉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위험자산 회복 시도가 나타난 것이다.
국제유가 역시 장중 고점 대비 상승폭을 줄이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일부 완화했다. 여기에 ISM 제조업 물가지수가 70.5로 급등하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고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의 기회비용 부담이 커졌다. 달러지수도 강세를 보이며 금 가격 상단을 제한했다.
카르스텐 멘케 줄리어스베어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과 은 시장의 강세 분위기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높아진 변동성 환경에서 포트폴리오 안정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재확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은 가격이 온스당 95달러대로 1%대 상승했고 백금은 소폭 하락했다. 팔라듐은 강보합 흐름을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우세했으나 자산별 차별화가 나타났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ADP 민간고용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 등 미국 노동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견조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추가로 늦춰질 수 있어 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BNP파리바(Paribas)는 최근 올해 금 가격 전망치를 5620달러로 27% 상향 조정하며 연말에는 625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적인 중앙은행 매입 수요와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가 배경으로 제시됐다.
결국 금 시장은 중동 정세 전개와 유가 흐름, 미 국채금리 방향성에 따라 단기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5300달러선을 상회한 현재 가격대는 여전히 강한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